어제 잔여백신으로 3차 접종을 받았다. 아직 유효기간이 보름 정도 남았지만 맞을 시간이 없으니 겸사겸사.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요즘. 다른 말은 줄이기로 한다.
아이들은 백신 맞은 팔이 어느 쪽인지 묻고 조심조심 내 팔을 만진다. 코로나 시대에 그 아름다운 나이를 흘려보내고 있는 아이들이 제일 안쓰럽다. 정말 매일이 아깝다.
미리 타이레놀을 먹고 누워 있는데 아이들끼리 사부작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내게 온 아이들의 손에는 제비뽑기 같은 종이들이 여러 개 들려 있다. 엄마를 위한 선물이라고, 뽑아 보라고 했던가. 여러 개 중에 두 개를 뽑았다.
이런 깜찍한 녀석들. 평화롭지 않고 평하로우면 뭐 어때. 코뽀는 우리 집 애정표현 방식이다. 코끝 부딪치기. 코로 하는 뽀뽀. 고마운 마음들.
그리고는 또 사부작거리더니 다음 선물이 도착했다. 딱 봐도 책이네, 속으로 생각했다. 두근거리는 척하며 열어봤다. 아이들이 손수 포장을 한 건 처음이었다. 덕지덕지 붙은 테이프처럼 아이들의 마음도 여러 겹 붙어 있었다. 우와 책이네! 아이들이 웃는다. 엄마에게 잘 어울리는 책 제목이라 골라왔단다.
타이레놀보다 아니, 백신보다 더 나은 내 주사들. 어느새 너희들이 내게 제일 강력한 한 방이 되었구나.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기어코 이런 날이 오긴 와서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