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있었다고
다시 필라테스
3주차가 되며 반년 넘게 지속하다가, 6주간 쉬었던 필라테스를 재도입했다. 필라테스 재도입의 이유는 이렇다.
첫째로, 도입기에 글리코겐 고갈과, 고갈 상태에서의 지방을 활용한 대사를 확실하게 달성하기 위해 일부러 강도 높은 근력 운동과 인터벌 유산소 세션 위주로 운영했다. 그렇게 2주차 마무리 결과 체지방은 1.1kg가 감량됐고, 근손실은 없어 감량의 방향성이 아주 좋고 순조롭다. 이제 강도 높은 운동은 횟수보다는, 할 때 제대로 자극을 주는 게 더 중요해졌다.
둘째로, 살을 뺐는데도 빠진 티가 잘 안나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체형의 문제였다. 그리고 이걸 해결해 본 경험도 있는데 그 해답이 나에겐 필라테스였다. 골반 전방 경사로 인해 배도 튀어나와 보이고, 대퇴사두(흔히 앞벅지라 불리는)가 발달해 다리도 굵어 보였다. 당시 체지방률은 20%였는데도 여전히 코끼리 같은 다리와 임산부 못지않은 D라인에 절망했었다. 그런데 필라테스를 다니며 흉곽 호흡을 배우고 몸의 정렬을 맞추는 훈련을 계속하다 보니 체형이 잡혀 나가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러니까, 진짜 감량은 헬스로 하지만 감량된 티를 내려면 필라테스였던 거다.
셋째로, 요즘 운동 하기가 너무 싫어서도 있다. 근손실을 막기 위해 근력운동은 아주 고강도로 하다 보니, 운동이 좀 싫어졌다. 유산소만 하면 될 것도 같지만, 유산소는 원래도 지루하고 지쳐서 오래 시간 채워가며 하지 못하는 편이다. 헬스장과 점점 더 심리적 거리감이 커졌다. 그렇다고 주 1,2회 헬스장 겨우겨우 가는 것 만으로는 뭔가 될 거라는 기대를 하기에는 스스로도 너무 양심이 없는 거다. 그 대안으로서도 필라테스는 적절했다. 예약된 시간에 꼭 가야 하고, 내 의지나 사고보다는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되니 말이다.
약 6주 정도 쉬었던 필라테스 스튜디오에 다시 찾아가고 나니, 선생님이 반은 놀라고 반은 반기는 눈치시다.
“돌아오셨네요 정말!”
나처럼 다른 운동 좀 해본다고 얘기하고 떠났다가 다시 안 오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리라 추측해 본다.
다른 맛, 하지만 어차피 죽을 맛
처음이 아니기에 예상은 했지만, 정말 힘들다. 하지만 힘들다는 건 기쁜 일이다. 제대로 된 동작을 하지 않으면 힘도 안 들기 때문이다. 매너리즘에 빠져 근육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익숙한 대로 움직이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몸 곳곳이 진짜 움직이며 힘을 받았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정수리가 뽑히는 느낌’, ‘내 키가 커~지는 느낌‘, ’꼬리뼈를 엉덩이 골 사이로 쏙 숨기는 느낌‘ 이 하나하나 느껴졌다. 그래서 정말이지 너무너무 힘들었다. 근력 운동과는 다르지만, 어쨌든 죽을 맛이긴 매한가지다.
오랜만에 신장성 운동을 해주고 몸 여기저기를 당기며 풀어줘서 그런지, 빨리 잠에 들고 푹 잤던 것 같다. 다행히 세 번째 단식날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해서 단식이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런 단식날을 버텨내기 위해 3주차 중간 평가 인바디를 체크해 본다.
스위치온 3주차 중간 Check
체중 58.4kg (시작 대비 -1.6kg)
골격근량 24.6kg (+0.2kg)
체지방량 13.6kg (-1.8kg)
내장지방단면적 52.0cm2 (-10.1cm2)
세포내수분 20.4L (+2.0L)
세포외수분 12.4L (-2.0L)
(Inbody770)
가장 확실한 지표인 체지방은 꾸준히 감소 중이다. 전체 체지방 감량 비율은 12% 수준인데 비해 과 내장지방단면적의 감소 비율 16% 수준인 걸로 보아, 내장지방이 조금 더 빠지고는 있지만, 피하지방도 동시에 감량 중이라고 보인다.
골격근량은 시작 대비 는 것 같지만 세포내 수분의 증가로 생긴 증량으로, 실제 단백질이 증가하고 근육이 붙은 근성장은 아닌 걸로 보인다. 하지만 체지방량 감소에도 골격근량은 유지했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다.
체중 자체의 감량이 2주 반의 기간 동안 1.6kg 밖에 안되니, 이 정도면 밥 한 끼 많이 먹고 덜 먹고로 생길 수 있는 오차 범위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흔히 오차로 왔다 갔다 하는 수분 변동보다 체지방량 변동의 폭이 훨씬 커, 실질적인 감량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단식
오늘의 운세와 같은 인바디는 기분이 딱 좋으니 여기까지 뜯어보고 이제 단식 버티기다. 오전 10시가 되자 꼬르륵 소리가 난다. 점심시간은 오히려 버틸만하더니, 3시가 고비다. 배가 고파 힘도 없고 잠도 온다. 하지만 조금만 더 참으면 저녁시간이라는 의지를 다질만한 시간이다.
오늘은 공복인 채로 오래 지내는 만큼 하루 일과 중 움직임을 많이 가졌다. 오전엔 짧은 산책도 했고, 식사를 안 하는 만큼 활용할 시간이 길어진 점심시간은 내내 밖을 걸어 다녔다. 점심시간이 되자 걸음수는 7천을 돌파했다. 오후는 회의 참석을 위해 이리저리 다녔는데, 엘리베이터는 타지 않았다. 걸음 수는 8천이 됐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니, 책을 넘기는 소리조차 과자 까는 소리처럼 들린다. 보이고 들리고 떠오르는 모든 것이 먹고 싶다. ‘어떤 음식’이 먹고 싶은 게 아니라, ‘뭐라도‘ 먹고 싶은, 배고픔에 의한 식욕이다.
간헐적 일탈
단식을 마친 후 식사는 회사 사람들과 석식으로 냉동 삼겹살이다. 삼겹살은 스위치온에서 금기 식품으로 꼽힌다. 돼지고기에 대한 가이드는 ‘기름기가 적은 부위를 삶아서’ 먹도록 하고 있는데 비해 삼겹살은 ‘기름기가 많은 부위를 구워서’ 먹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길 수 있는 일탈 중엔 가벼운 편이라고 생각하는 건 가공식품이 아니고, 단백질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곁들여 먹는 된장찌개나 쌈장, 김치, 장아찌류를 적당히만 먹으면 나트륨 섭취도 꽤나 억제할 수 있다.
8명이서 했던 석식은 1인분에 8천 원이었던 냉동 삼겹살집에서 40만 원을 쓰고 나서야 끝이 났다. 나도 이 정예 부대 중 한 명으로서의 몫을 다했다. 단식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포만감과 약간의 죄책감만 남았다.
운동을 가기에 그리 늦은 시간에 귀가한 건 아니지만, 이미 운동할 의지도 함께 퇴근해 버리는 바람에 운동까지 쉬어버렸다. 대신 하루 활동량을 늘리자는 다짐이라도 하루 내내 유지해 보고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다녀오고 싱크대 주변 정리도 했다. 하다 보니 신경 쓰이는 집 안 곳곳의 신경 쓰이는 물건을 치우고, 화장실 청소도 했다. 하루 동안의 걸음 수는 9600보를 채우고 잠이 들었다.
단식, 오 단식
간헐적 폭식 다음날의 아침. 아직 배에 삼겹살이 남아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체중계에 올라선다.
스위치온 3주차 5일
아침 공복 체중 57.7kg
(atflee T8)
스위치온 기간 내 보았던 최저 체중이다. 어제저녁이 가벼웠다면 더 큰 폭의 감량이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반등이 아닌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하루 동안 참아냈던 보람을 느낀다.
스위치온 두 번째 이벤트 발발
주말 동안은 모임이 예정되어 있다.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1박 2일에 걸쳐하는 모임이고, 모임 멤버들도 애주가로만 구성된 아주 위험한 모임이다. 사실상 내 이번 스위치온 기간 중 가장 큰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주말의 목표는 스위치온을 포기하지만 않는 게 목표다. 조금의 일탈은 있더라도 완전히 내려놓지만 않으면 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