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는 서비스를 바라지 마세요.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교육 담당자로 근무한 적이 있다.
매장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교육했었는데,
당시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여러 직군을 한데 모아
교육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서비스업이 기반인 회사이다 보니,
매장 근무 인원은 직접적인 고객 응대 여부와 별개로
서비스교육은 필수적이었다.
교육은 분명 필요한 과정이었지만,
아무래도 고객과 직접적인 대면이 없는 직군에서는
‘내가 왜 이 교육을 받아야 하지?’라는
반응들이 느껴지곤 했다.
교육 전체의 분위기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든 시작부터 동기를 끌어내는 것,
그게 늘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교육생들은 대부분 20대 초중반 정도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년생들이었다.
앳된 모습으로 교육장을 꽉 채운 모습은,
귀한 시간을 내어준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겠다는 사명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교육 초반, 동기부여는 더욱 중요했다.
당시 우리 회사는 매장 인력을
본사에서 직접 채용하는 구조였는데,
우리 파트장님이 그 업무를 맡고 계셨다.
하지만 파트장님께서 자리를 비우신 날엔,
내가 대신 면접관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간단한 면접에서 나는,
“입사하게 된다면, 목표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꼭 던졌다.
서비스업은 결코 쉬운 직종이 아니라는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대부분 직원의 근속연수는 짧았고,
아무래도 인적 로테이션이 잦다 보니
서비스 품질도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서일까.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은
어떤 인재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대부분 '경험을 쌓아서 내 가게를 갖고 싶다.'는
어쩌면 소박하고 어쩌면 거창한 목표를 말했다.
처음엔 '회사 시스템만 배워가고 싶다.'는 말로 들려서
어쩐지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목표야말로,
힘든 서비스업에서 버티게 해줄 원동력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깨달음 이후, 베이커리 직무 직원들에게도
‘왜 우리가 서비스를 배워야 하는가?’,
‘왜 몸에 익혀야 하는가?’에 대해
그들의 입장에서, 진심을 담아 동기부여를 전할 수 있었다.
“경험이 쌓이고, 연차가 쌓여 어느 정도
위치에 이르게 되었을 때, 내 가게를
갖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죠.
지금은 홀 직원들이 주로 고객 응대를 하지만,
그때가 되면 모든 걸 직접 담당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에서도 관리자 직책에 오르면
클레임, 컴플레인 고객 응대도 해야 할 거예요.
그런데 그때가 돼서 갑자기 친절하게
서비스하려고 하면 너무 어렵지 않을까요?
관리자로서 맡아야 할 일도 많은데
거기에 친절한 응대까지 몸에 익히려면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 직접적으로 서비스를 하지 않더라도
지금 배워두고, 익혀두는 것.
그게 훗날 반드시 도움이 될 겁니다.”라고 말이다.
내 마음이 통했던 걸까?
이야기에 별 관심 없던 직원들도
그 순간만큼은 귀를 기울였다.
나는 흑백요리사가 방영할 당시에는
한 편을 끝으로 거의 보지 못하고,
방송이 성황리에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시청하게 되었다.
한 편 밖에 보지 못했음에도,
뇌리에 꽂혀 인상이 남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윤남노 셰프였다.
'요리하는 돌아이'.
강렬한 닉네임에 더해진 강렬한 인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고,
광고에서는 윤남노 셰프의 욕 하는 장면이
몇 번이고 방영되면서,
내 기억 속에 윤남노 셰프의 이미지는
'욕하고 거친 사람'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던 중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윤남노 셰프의 숨겨진 면모를 보고,
나는 홀린 듯이 그의 팬이 되었다.
짙은 다크서클에 거친 인상은 그대로였지만
매장 안을 가득 채운 고객들을 위해
오픈 키친에서 정신없이 요리하면서도
고객을 세심히 살피는 시선,
음식이 늦어지자, 홀을 직접 돌며
고객들에게 식사는 괜찮은지 묻는 모습에서
나는 오너셰프의 품격과 책임감을 느꼈다.
'진정한 서비스란 저런 거지!'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활짝 머금은 미소, 격식 있는 태도'처럼
그동안 배워온 서비스의 틀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가 보여준 고객을 향한 배려와 집중,
그 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진심이 느껴지는 서비스란,
그 어떤 매뉴얼보다 강하게 전해진다는 걸
그 순간 깨달았다.
윤남노 셰프는 흑백요리사에서
자신을 ‘못난이 양파’에 비유하며,
외모로 인해 상처받았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 말에 백종원 대표는 '말투와 표정은
충분히 바꿀 수 있는 부분'이라며
개선 방향에 대해 조언을 건넸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나 역시
‘외모가 호감형이 아니라면,
호감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던 사람 중 하나라는 걸 깨달았다.
사람은 시각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사람을 대해야 하는 서비스업의 특성상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윤남노 셰프를 보며
그보다 앞서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진심.
그 진심이 담긴 태도는
외적인 어떤 조건보다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윤남노 셰프가 보여준 진심은
하루이틀 만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고 싶어서
묵묵히 노력해 온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현실'이라는 벽 앞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어디서든 서비스 제공자가
될 수밖에 없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좌절을 느끼는 순간도 많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의 진심을 갈고닦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첫인상은 몇 초지만,
진심은 오래 남는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말투나 표정이 아니라
‘진심을 전하고자 했던 마음’이니까.
어쩌면 우리 모두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언젠가 자신만의 공간에서
고객을 맞이할 그날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늘 하루의 서비스는
그날을 위한 작은 연습일지도.
진심을 담은 연습은,
절대 헛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