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네스 시내에 자리한 정육점, 루스콤(Luscombe).
1788년에 문을 연 루스콤은 토트네스 주민뿐만 아니라 2~3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루스콤의 고기는 매우 신선하다. 토트네스에서 농부가 생산한 고기가 루스콤 정육점에 도착하면 3주 동안의 숙성과정을 거쳐 손님을 맞이한다.
영국이 한 때 산업혁명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을 때 토트네스도 그 파도를 파고 있었다. 일명 잘 나가던 도시 중의 하나였다. 오로지 생산성만 강조하던 축산업은 대량생산을 위해 공장식 사육과 항생제로 육류를 생산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광우병 파동은 목축업에 대한 새로운 전환을 요구하게 된다.
영국에서 가장 크며 유럽에서 세 번째 규모의 리버포드 농장은 온전한 유기농 방식으로 식재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축산업도 마찬가지였다. 공장식 사육이 아니라 최대한 자연의 품에서 사육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명 과학영농에서 유기농 영농으로의 전환이었다.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와 육류는 우선 지역의 상점과 정육점에 도착한다. 지역에서 순환할 수 있는 먹거리 과정을 원칙으로 로컬푸드가 토트네스에서 생산, 유통, 소비 과정의 원칙으로 삼는다. 사실 한국에서 유행처럼 사용하고 있는 로컬푸드의 전형이 토트네스이다. 이들은 일차적으로 지역에서 순환하고 소비한다. 순환과 소비의 최대 거리는 18km 정도로 여긴다고 한다. 이 거리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기 맛은 어떨까. 한 마디로 끝내준다. 첫날 도착했던 늦은 저녁, 급한 마음에 숙소 주변의 마켓에서 육류를 구입했다. 첫날 구워 먹은 스테이크 맛은 나름 괜찮았다. 그다음 날 루스콤 정육점을 찾았고 저녁에 먹을 스테이크를 비롯하여 육류를 구입했다. 불에 달구어진 불판 위에 놓인 스테이크는 치익 소리를 내며 육류 특유의 향기가 후각을 자극한다. 한 껏 기대하며 한 점 짚어 든 스테이크는 어제 마켓에서 구입한 스테이크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맛이 정말 뛰어나다.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입에서 살살 녹는 듯하다. 이 느낌은 나만의 느낌이 아니다. 그날 스테이크를 충분히 먹을 만큼 많이 산 것 같은데 왜 적게 사 왔냐며 핀잔을 하는 일행의 볼멘소리가 연이어 나온다. 토트네스의 루스콤 정육점. 완전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