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멈췄던 그 해,
나는 처음으로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뉴질랜드에서 유학실장으로 일하며
학생들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고,
부모님들과 상담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계획을 짜주던 시간들.
그 모든 게 한순간에 멈춰섰다.
텅 빈 사무실, 멈춘 메일함,
그리고 무엇보다 멈춰버린 내 마음.
어느 날 아침, 유학 서류 대신 가족의 식사를 챙기며 문득 생각했다.
“나는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을까?”
바쁘게 움직였던 매일 속에서
정작 나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는 걸
그때 처음 느꼈다.
그 시절, 우연히 접한 간호 보조 과정.
처음엔 관심 없이 넘기려 했지만
‘돌봄’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자꾸 마음에 남았다.
사람을 돕는 일,
지금 내게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그 생각이 조심스럽게 나를 흔들었다.
그리고 용기를 냈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낯선 단어를 외우고,
다시 학생이 되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코로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갑작스러운 멈춤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조용한 시작이었다.
⸻
삶이 멈춘 그 시간,
나는 내 마음에서 다시 출발했다.
위기였던 그 시절이,
사실은 나에게 기회를 묻고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