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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와는 다른, HCA라는 직업

by 지미니

한국에서 누군가에게 내 직업을 설명할 때,

나는 가끔 망설인다.

“요양보호사 같은 거예요.”

라고 말하지만, 그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


뉴질랜드의 헬스케어 어시스턴트,

특히 aged care에서의 HCA는

단순히 신체를 돌보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지금, 존엄을 지키고, 감정을 돌보며,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으로 일하고 있다.


환자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는 일은 기본이다.

하지만 그날따라 더 지쳐 보이는 어르신의 손을 잡고

“오늘은 햇살이 참 좋네요.” 하고 건네는 인사 한마디가

그분의 하루를 바꿔놓기도 한다.


때로는 간호사의 지시를 돕는 역할도 하고,

때로는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담자가 되며,

때로는 아침 운동을 함께하는 작은 치유자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하루가 끝날 무렵,

그날의 모든 돌봄 내용을 기록으로 남긴다.

식사 여부, 배변 상태, 감정 변화, 약 복용까지.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하루의 컨디션을 분석하고 다음 날 케어의 방향을 제안하는 보고서다.


나는 그 사람의 하루를 돌보는 사람인 동시에,

그 삶을 읽고 해석하는 관찰자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요양보호사는 철저히 ‘보조’라는 역할로 인식되곤 하지만,

HCA는 팀의 일원으로, **“케어의 한 축”**을 맡는다.

그 안에서 내가 느끼는 책임감은 생각보다 크고, 깊다.


정해진 메뉴대로 식사를 나누는 일이 아니라,

삼킴이 어려운 분에겐 부드러운 것을,

마음이 가라앉아 있는 분에겐 눈을 맞추고 먼저 다가가는 것. 이 모든 게 HCA가 해야 하는 진짜 돌봄이다.



나는 단순히 누군가의 곁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분의 하루에 ‘의미’를 함께 만드는 사람이다.

신체를 돌보는 일을 넘어,
마음의 공간까지 함께하는 직업. 그게 HC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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