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보다 먼저 배운 건 ‘마음’이었다
처음 일터에 들어섰던 날을 잊지 못한다.
모든 게 익숙하지 않았고,
가장 두려웠던 건 영어였다.
“Can you help me, please?”
“She needs repositioning.”
단어는 알아도 문장은 낯설었고,
문장을 알아도 표정은 자신이 없었다.
나는 말을 더듬고, 눈치를 봤고,
사람들 사이에 놓인 테두리 안에서 한동안 서성이기만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치매를 앓고 계신 어르신이 내 손을 꽉 잡았다.
눈을 마주치며 웃어주셨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분은 나를 믿고 있구나.”
말보다 먼저 전해진 건 마음이었다.
서툰 발음의 영어보다,
침대 높이를 조절해드리는 손길,
식사 후 물티슈를 건네며 지켜보는 눈빛,
이런 것들이 더 진심으로 닿았다는 걸 느꼈다.
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가장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이
사실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았다는 걸,
그리고 나에게 이미 있는 것이
가장 먼저 필요했던 자질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조금씩 말도 더 잘하게 되었고,
상황에 맞는 표현도 익숙해졌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건 늘 ‘마음을 먼저 전하려는 태도’다.
사람을 돌보는 일에서,
언어는 도구이고,
마음은 첫 번째 언어다.
오늘도 나는,
마음을 먼저 건네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