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초라함을 꿈꾸며
내 작품의 보임이 누군가의 호기심과 마음과 대화하는 매개이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근사한 곳에서 전시로 나의 위치를 과시하지 못한 나의 무능에 감사한다.
그래서 내 전시가 뭔가의 성과를 맞추기 위한 증명사진이 될 수 없는 듣보잡 작가임에 감사한다.
그래서 자신의 단순 무식을 감추기 위해 작품으로 알쏭달쏭한 미로 속에 관객을 처박는 자적 유희를 혐오한다. 그런 작가고집을 나는 지킨다.
졸속 마무리에도 명성으로 모든 이의 입을 닫는 침묵전시가 아니어서 다행이고
도리어 순수히 작품이 별로여서 초래한 관람객의 무관심의 침묵에 안도한다.
내 전시가 수십 장의 방명록이
자랑하는 눈도장 찍기 전시가 아닌 필요한 몇 명의 눈 호강과 쓰린 속 달래는 시장 안의 해장국이 되길 바랄 뿐이다.
누구의 방문을 확인하는 전시가 아니고 방문이 귀찮은 이에게도 친절한 동영상 서비스 제공하는 전시를 지향하고 싶다.
미술계 권력과 유명하신 분들의 무관심과 침묵에는 기꺼이 사라지지만 한 명의 가슴에 묻히는 전시이길 바란다.
모든 이가 자율로 각자의 삶을 작품으로 표출하고 유명작품을 마트 진열대 상품처럼 맘대로 비교하고 자유롭게 품평하고 마음대로 뒷담 화하는 그런 일상을 위해 나를 갈아 넣고 싶다.
임동현. 혼술등, 판화, LED 조명.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