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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아래에서

포토에세이

by 희망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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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무게를 고스란히 떠안은 채,


나는 자작나무 아래에 서 있다.


세상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해야 할 일은 끝이 없지만


자작나무만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 있다.


고요하고 하얗게,


삶의 소음을 흡수한 듯한 침묵으로.


껍질이 벗겨지는 자작나무의 몸은


한 겹씩 낡음을 털어내고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상처가 아니고 순환이다.


아픔이 아니라 성장이다.


나는 자작나무를 보며 조금씩 깨닫는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너무 오래 움켜쥔 피로와 후회,


남의 시선을 향한 불안들.


그것들을 천천히 놓아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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