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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빛 Sep 12. 2022

평생의 첫 만남-3

응급실

눈물마저 말라버렸는지.

마른눈에는 원망인지 고통의 절규인지 알 수 없는 메시지를 던지며 울고 있다. 환한 얼굴은 간 곳이 없고 고통과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찬 너의 얼굴. 너의 눈망울.


간호사는 꼭 쥔 고사리 손등에서 링거 주사 꽂을 자리를 찾고 있다. 온통 낯선 집기들과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여 보드랍고 하얀 배를 보여주느라 잔뜩 겁에 질렸나 보다.


가벼운 감기 증세로 시작했다.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원대하리라?'

아기의 감기는 무서운 것이라더니... 쩝.

그저께부터 토악질을 해대고 물 설사를 해댄다. 평소 믿음직(?)스러워 보이던 동네 가정의원 의사선생은 큰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으란다. 심한 탈수 증세가 올 수 있다며...


구미 순천향병원 응급실. 레지던트 의사들이 아기를 진찰하고 갔다. 엑스선을 촬영하고 입원하란다. 동네 가정의원에서는 가서 링거이나 하나 맞고 오랬는데... 쩝.ㅠ


예기치 못하게 입원을 하게 되었다. 누워서 두 번 앉아서 한번 엑스선 사진을 찍었다.


'이걸 왜 찍지?'

'그래야 치료비가 올라가지'


그 와중에 의혹과 불신에 찬 낮은 목소리로 아내와 서로 불만을 주고받았다.  곧 불평을 늘어놓은 것을 취소해야 했지만...


의사선생 왈.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배에 가스가 많이 찼습니다'

'관장을 해야겠는데요'


입원실로 향했다.

소아병동 6층이었다.

간호사는 피검사를 하고 링거를 꽂아야 한다며 아기의 가느다란 팔을 걷어올렸다. 낯선 곳의 분위기에 울기 시작하던 아기는 더욱 힘차게 팔을 내저으며 울어대었다. 바늘이 고사리 손등에 꽂혔다.


"으~~~ 아~~ 앙"

이미 눈에는 눈물이 말라버렸다. 마치 연기자가 눈물은 나지 않고 우는 연기를 하듯. 온몸으로 울어 대었다. 엄마에게 안겨 고통에 찬 얼굴로 아빠를 바라보는 110일 된 녀석의 눈망울.


'주여! 정녕 저를 버리시나이까...'


귀여운 나의 녀석은 링거 한 병을 다 맞고 포도당 링거를 꽂은 채 입원병실 침대에 엄마와 나란히 누워 자고 있다. 여전히 이불을 차 내버리며...



2001년 04월 1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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