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은 언제나 조용히 시작된다

by 콩코드


회복은 언제나 드라마틱하지 않다.

기적처럼 한순간에 치유되거나, 눈부시게 다시 일어서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회복은 조용하다. 마치 아주 오래 잠들어 있던 씨앗이 조금씩 틈을 밀고 올라오듯, 눈에 띄지 않게, 그러나 분명한 힘으로 시작된다.


우리는 누구나 다치며 살아간다.

사람에게서, 말에게서, 스스로의 기대와 좌절에서.

때론 그 상처가 너무 오래되어서, 어디가 아픈지조차 모를 만큼 익숙해져 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아픔은 우리 몸 어딘가에 깊숙이 눌러앉고, 우리는 괜찮은 척 살아간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아픔과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 온다.

회복은 바로 그때 시작된다. 외면하지 않고, 조용히 응시할 때.


어느 날은 문득, 잘 지내냐는 누군가의 안부에 울컥하고,

어느 날은 익숙한 노래 한 소절에 오랜 감흥이 스며 든다.

말하지 못했던 것들이 마음 어딘가에서 파문처럼 퍼져갈 때,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아, 아직 아물지 않았구나.

하지만 그것이 곧 회복의 신호다.

상처를 자각하는 일에서부터 치유는 시작되니까.


회복은 무엇보다도 속도보다 방향이다.

얼마나 빨리 괜찮아지느냐보다,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누구는 다 잊었다고 말하고, 누구는 강해져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금방 좋아지지 않아도, 아침마다 이불을 걷고, 하루를 시작하는 그 자체가 회복이다.


회복은 매일의 작고 사소한 선택 안에 있다.

울고 싶은 날, 울기로 결정하는 일.

말하고 싶은 순간, 마음을 열어보는 일.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조차도,

그날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회복의 방식일 수 있다.


나는 어느 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만하면 괜찮아.”

그 말은 완벽해서 나온 말이 아니라, 이제는 조금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작고 단단한 감정에서 나왔다.

회복은 그런 것이다.

스스로를 조금 더 믿어보기로, 다정하게 다독여보기로 하는 마음의 움직임.


회복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천천히 피어난다.

마음을 꾹 누르고 살았던 날들이 지나고, 어느 날 누군가에게 말한다.

“요즘 조금 괜찮아졌어요.”

그 말 한마디에도 울컥하고, 그걸 들은 누군가의 “정말 다행이에요”라는 대답에 마음이 한 겹 벗겨진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회복에 조용히 참여한다.

누구도 치유할 수는 없지만,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계절이 바뀌듯, 회복도 어느 순간 삶의 결이 바뀌어 있음을 느낀다.

여전히 아픈 일은 있지만, 그것에 함몰되지 않고 하루를 살아낸다.

무언가에 감사할 수 있는 여백이 생기고, 슬픔이 더 이상 날 집어삼키지 않는다.

이유 없이 웃는 날이 늘어나고, 다시 좋아하고 싶은 것들이 생긴다.

바로 그때, 우리는 알게 된다.

나는 지금, 회복 중이구나.


그리고 회복의 마지막은 ‘용서’일지도 모른다.

남을, 혹은 나 자신을.

왜 그때는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는지를 받아들이고,

그 모든 날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시간이었다는 것을 수긍하는 일.

회복은 결국, 그 모든 아픔의 조각들을 하나씩 끌어안아

‘나’라는 존재로 다시 조립해 가는 과정이다.


그러니 지금 어디쯤에서 조용히 회복 중인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지금 잘하고 있다고, 아주 잘 견디고 있다고.

눈에 띄지 않아도, 속도가 느려도,

당신의 마음은 분명히 나아가고 있다고.


마음은 언제나 가장 어두운 곳에서부터 조금씩, 빛으로 향한다.

회복은 그런 마음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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