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의 풍경

길거리 음식에서 창문 너머의 나체까지, 일상이 만들어낸 무언의 금기들

by 콩코드


길거리 음식, 금지의 풍경

– 먹는 행위가 불편한 사회


일본에서는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음식 냄새가 나는 것을 극도로 꺼립니다. 특히 가마쿠라(Kamakura)나 교토 같은 전통적인 지역에서는 거리에 '먹으면서 걷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죠. 이는 단순한 법적 규제가 아니라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으려는 정중함, 즉 ‘공적 공간에서는 나를 지우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문화에서 비롯됩니다.

길거리 음식은 한국에선 정겨움과 자유의 상징이지만, 일본의 오래된 거리에서는 질서와 정숙함을 지키기 위한 침묵의 약속인 셈이죠.


"여기선 입 안의 감각조차 조심스러워진다. 배고픔이 허용되지 않는 거리. 냄새마저 예의가 되는 도시."


벌거벗은 창문, 프라이버시의 역설

– 보이는 자유, 숨겨야 할 자유


미국의 일부 주(예: 콜로라도, 유타, 미시시피)에서는 자신의 집 안이더라도, 외부에서 보이는 위치에서 나체로 있다가 적발될 경우 노출죄로 벌금을 물 수 있습니다. 이는 ‘내 공간’임에도 ‘타인의 시선’을 침해하면 문제가 되는, 공간의 경계가 유동적인 사회를 보여줍니다.


이 규제는 주로 ‘가정의 도덕성’을 강조하던 보수 기독교적 가치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자유로운 신체’는 성적 도발로 간주되고, 나체는 여전히 은폐되어야 할 금기이자 타협 불가능한 대상인 거죠.


"유리창 너머의 나를 본다는 건, 타인의 시선을 내 일상의 일부로 허락하는 일일까, 침해당하는 일일까. 창은 투명하지만, 기준은 흐리다."


소리 없는 규범들

–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금기


싱가포르는 ‘깨끗한 도시’로 유명하죠. 실제로 길거리에서 껌을 씹는 것조차 불법입니다. 단순히 위생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규제는 1990년대, 지하철 문이 껌 때문에 고장 나면서 도입됐는데, 그 이후 시민들의 행동 양식 자체가 ‘국가가 정한 질서’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국가가 정한 규범을 시민이 내면화하고, 서로 감시하는 구조는 일견 답답해 보이지만, 그만큼 ‘질서의 체화’가 이루어진 사회라는 반증이기도 하죠.


"껌을 씹는 건 혼자만의 일이지만, 여기선 곧 도시에 대한 반항이 된다. 사소한 저항도 용납되지 않는 거리, 이곳의 공기는 조용하다 못해 단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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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문화라는 틀 안에 스며든 규제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 사례를 먼저 적어보았습니다. 앞으로 이 글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아직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찬찬히 살펴보고 조심스럽게 써 내려가 보려 합니다. 아마도 이 글은 ‘일상 속 무의식적 금기’나 ‘문화적 규범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울타리’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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