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응원해야 하는 이유

by 안녕 콩코드


언제부턴가, 고단한 하루의 끝에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피로와 감정이 쌓여가고 있었다.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회의 중 말없이 내려다보는 차가운 시선 속에서, 애써 웃으며 건넨 인사에 돌아오지 않는 눈빛 앞에서, 나는 조금씩 작아지고 있었다. 그런 날은 괜찮다고 말하는 것조차 버겁다. 그저 하루를 버텼다는 사실 하나로도 충분히 고마워하고 싶은데, 마음은 자꾸만 쓸쓸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닫는 순간, 세상과 나 사이의 커튼이 내려앉는다. 벗어둔 외투처럼 나를 조이던 긴장이 풀리고, 익숙한 정적 속에서 나와 단둘이 남는다.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혼자 있는 이 고요한 시간에 조용히 드러난다. 오늘 하루를 견딘 나에게 건네는 위로 한마디, 그게 그렇게 간절한 날들이 있다.


스스로를 다독이는 일이 처음에는 어색했다. '고생했어'라는 말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 어디선가 들킬까 봐 얼른 다른 행동으로 덮었다. 휴대폰을 켜거나, TV를 틀거나, 무언가를 끊임없이 흘려보냈다. 내 안의 침묵과 마주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침묵은 때로 나를 향한 질문이 되었다. 정말 괜찮은 걸까? 오늘 하루, 나는 나에게 진실했을까?


나를 향한 응원은 그렇게 조심스러운 시작이었다. 누군가의 칭찬이나 인정이 아닌, 오롯이 나로부터의 위로. 작은 성과에도 스스로를 칭찬하고, 실수한 날에도 "괜찮아, 누구나 그런 날은 있어"라고 말해주는 일. 마치 아주 오래전, 어린 내가 어른의 다정한 말 한마디에 용기를 냈던 것처럼, 지금의 나는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그 말들을 스스로에게 건네기 시작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도 말 못 할 마음들이 있다. 이해받고 싶은 욕망은 있지만, 설명할 수 없는 감정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침묵한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도, 마음은 여전히 말하고 있다. "나를 좀 바라봐 줘." "지금은 조금 쉬고 싶어." 그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 그것이 내가 나를 응원하는 첫걸음이었다.


비교는 응원을 가로막는다. 다른 사람의 속도와 방향에 내 삶을 자꾸 대입하게 될 때, 나는 내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누군가는 빠르게 달리고, 누군가는 눈부신 것을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시간이고, 나는 나의 리듬대로 가는 중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인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를 응원하기 위해, 나는 먼저 타인의 프레임에서 나를 꺼내야 했다.


어느 날, 지하철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을 누구라도 대신 살아줄 수 있을까?"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나의 하루를, 나의 감정을, 나의 판단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마지막까지 나를 지켜줄 사람은 결국 나다. 그 사실은 이상하게도 위로가 되었다.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없다는 고립감이 아니라, 내가 나의 편이라는 강한 확신이었다.


스스로를 응원하는 일은 거창한 말이나 특별한 행동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선택들 속에서, 조용히 내 마음을 지지하는 일이다. 피곤한 하루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오늘은 조금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실패한 하루처럼 느껴질 때, 그것도 나의 일부라며 다정하게 안아주는 것. 그렇게 나는 내 삶의 가장 가까운 지지자가 되어갔다.


물론, 그 응원이 언제나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여전히 자책이 앞선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더 성실했어야 했는데. 그런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나는 나에게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오늘을 살아냈잖아." 완벽하지 않았지만, 도망치지 않았고, 내 몫을 다하려고 애썼다고. 그렇게 나를 조금씩 설득해 가는 일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나는 나를 더 믿게 되었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어 한다. 친구가 힘들어하면 밤새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족이 지치면 따뜻한 음식을 챙겨주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가장 가까운 자신에게는 그 다정함을 인색하게 굴곤 한다. 나를 돌보는 일이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는 걸, 타인을 위로하기 전에 먼저 나를 안아줘야 한다는 걸 이제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가장 큰 응원은 나의 내면에서 시작된다. 외부의 박수나 칭찬은 순간의 힘일 뿐, 오래 가지 않는다. 진짜 위로는 내 속에서 차오른다. 마음이 고요할 때,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그 응원은 조용히 나를 일으킨다. 지친 날엔 그저 나를 바라봐주는 일, 그것만으로도 나는 다시 중심을 잡는다.


이제 나는 하루를 마무리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짧은 말을 건넨다. "오늘도 수고했어." 그것이 기계적인 습관처럼 들릴지라도, 그 말에는 내가 나에게 보내는 작은 애정이 담겨 있다. 누군가 대신해주지 않는 말이라면, 내가 먼저 해야 한다. 그래야 내 마음이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점점 또렷해진다. 고요한 방 안, 아무도 없는 밤, 나의 목소리만이 나를 위로한다.


내가 나를 응원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나와 가장 오래 함께할 사람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잘 알고, 누구보다 자주 의심하고, 누구보다 깊이 사랑해야 하는 존재가 바로 나다. 이 진실을 알게 된 이후로, 나는 더는 나를 외면하지 않으려 한다. 세상이 아무 말도 해주지 않을 때, 내가 나에게 따뜻한 한마디를 건넬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삶은 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떤 날은 잘 견뎌낸 것만으로도 벅차고, 어떤 날은 작은 일에도 쉽게 무너진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 나 자신이 될 수 있다면, 세상이 그리 무섭지만은 않다. 내가 나를 응원하는 순간,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나는 내 편이라는 사실, 그 깨달음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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