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들

by 안녕 콩코드


어느 날이었다. 평소처럼 눈을 뜨고 휴대폰을 들었다. 습관처럼 켜진 화면에는 누군가의 일상이 또렷하게 떠 있었다. 새로운 직장을 시작했다는 지인의 소식, 해외에서 여행 중이라는 친구의 사진, 누군가의 결혼 소식과 누군가의 아이 웃음. 축하할 일들인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쪽이 푹 꺼졌다. 다정하게 보이는 그 풍경들이, 그 순간의 나는 그저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나는 왜 이 자리에 서 있는 걸까. 나도 잘 살아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갑자기 모든 것이 초라해지는 걸까. 깊은 감정의 골짜기가 밀려왔다. 비교는 그렇게, 불쑥 들이닥쳤다. 그건 남과 나를 객관적으로 나란히 놓고 살피는 일이 아니라, 늘 나를 뒤로 물러서게 만들고, 스스로를 작게 만들게 했다.


비교의 감정은 종종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온다. 회사 동료의 승진 소식, 친구의 자녀 자랑, SNS 속 낯선 사람들의 반짝이는 일상까지. 특별하지 않은 하루를 보내던 나는 그런 장면들과 나를 나란히 놓는다. 그리고 말한다. "왜 나는 저만큼 못할까." 그렇게 되면 내가 가진 것들은 더 이상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내게 있는 평범함이 오히려 결핍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나도 알고 있다. 비교가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각자의 삶에는 보이지 않는 서사가 있고, 타인의 장면은 언제나 일부일 뿐이라는 것. 하지만 감정은 이성보다 빠르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자꾸만 흔들린다. 더 잘해야 할 것 같고, 더 앞서가야 할 것 같고, 뭔가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그 감정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멈춰 서게 된 날이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비교에 빠져 있던 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나를 쉽게 밀어내는 걸까?" 남들의 좋은 소식이 내 삶의 가치를 낮추는 기준이 될 이유는 없었다. 그들도 그들의 자리를 지키느라 애썼고, 나 역시 나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간단한 진실을 다시 떠올리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내가 나를 비교할 때, 그 기준은 늘 외부에 있었다. 타인의 성공, 타인의 선택, 타인의 속도. 그리고 그 외부의 기준은 늘 바뀌었다. 한 번 맞춰도, 곧 또 다른 기준이 나타났고, 나는 끝없는 계단을 오르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그러는 사이 내 안의 리듬은 무너졌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조차 흐릿해졌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비교로부터 멀어지는 방법은, 나의 리듬을 회복하는 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어떤 날은 늦잠을 자도 괜찮고,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런 시간들을 통과하면서, 나는 다시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내 감정에 귀 기울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돌아보았다.


내가 나를 인정해주는 시간은 비교의 시간을 밀어낸다. 누군가가 멋지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부럽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부러움이 나를 해치지 않게 하려면, 내 안에도 내 삶을 인정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나는 내 방식대로, 내 속도대로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일.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건 비교의 마음을 잠재우는 큰 힘이 된다. 그리고 그 한 명이 내가 될 수 있다면, 삶은 조금 더 단단해진다.


가장 조심해야 하는 비교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예전엔 잘했던 일들이 지금은 어렵게 느껴지고, 예전엔 쉽게 지나쳤던 감정에 지금은 오래 머물기도 한다. 나는 나를 과거의 기준으로 평가하면서, 현재의 나를 미워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와는 다른 환경, 다른 감정, 다른 생각 속에 있다. 같은 사람이지만, 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 않다. 그러니 그 비교는 애초에 불공평하다.


언젠가, 아주 오랜만에 혼자 여행을 떠났던 날이 떠오른다. 낯선 도시의 벤치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늘만 바라보던 순간. 그때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온전히 나만 알고 싶다." 그 감정이 참 소중했다. 남과 나를 견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기쁨과 나의 평안을 그대로 느끼는 일. 그건 비교가 사라졌을 때만 가능한 감정이었다.


물론 지금도 비교의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멋진 소식에 여전히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고,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는다. 한참을 바라보다가도 이내 고개를 돌려, 내가 있는 자리로 시선을 되돌린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나의 속도도 나름 괜찮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나는 이제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 남과의 비교 속에서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려는 마음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으로. 어떤 날은 자신감이 넘치고, 어떤 날은 괜히 주눅이 든다 해도,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비교하지 않는다는 건, 곧 나의 감정을 잘 돌보는 일이기도 하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이면, 나에게 이렇게 말해본다. "오늘도 잘 견뎠어. 너는 너대로 충분히 괜찮아." 이 말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자꾸 반복하다 보니 조금씩 믿게 되었다. 나를 다그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는 그 말이, 하루의 마지막을 따뜻하게 채워준다.


비교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꾸준히 나를 바라보고, 나의 삶에 집중하려는 태도에서 온다. 누군가가 내게 묻는다. "요즘 어때?"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만큼 흔들리지는 않아.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고 있어."


이제는 남과의 거리를 좁히기보다, 나와의 거리를 좁히는 데 더 마음을 쓴다. 비교로부터 멀어질수록, 나에게 가까워진다. 그건 조금 느리지만, 가장 분명한 회복의 길이다. 그렇게 나는 내 삶을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