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모든 기쁨이 그렇게 자라지는 않는다. 때로는 혼자일 때만 선명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 곁에 있었다면 스쳐갔을, 고요하고 은밀한 즐거움이다.
아침, 홀로 마시는 커피 한 잔. 김이 서서히 올라 입술에 닿기 전 잠깐의 정적 속에서 숨을 고른다. 책장을 넘기며 들리는 종이 소리, 마음을 붙드는 한 문장, 조용한 방에 흐르는 음악, 어둠 속 극장에서 혼자 마주하는 영화. 길을 걷다 만난 들꽃 앞에서 스스로 지은 미소까지. 모든 순간이 오롯이 내 안에서 울리는 감정으로 채워진다.
혼자일 때 느낄 수 있는 기쁨은, 성취나 소유와는 다르다. 아무것도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는, 존재 자체에서 오는 안정감이다. 누구의 기대를 맞추지 않아도, 감정을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 자유 속에서 나는 비로소 마음의 고요와 마주한다.
혼자 여행을 떠날 때도 마찬가지다. 낯선 골목을 걷고, 모르는 언어 속을 헤매며, 카페에 홀로 앉는다. 처음엔 주변 시선이 신경 쓰이지만, 곧 그것이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는다. 고요 속에서 마주하는 내 안의 풍경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내 마음 그대로의 감정으로 채워진다.
혼자여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은, 타인의 인정 없이도 온전하다. 칭찬도, 반응도 필요 없다. 삶의 가장 순수하고 자기다운 기쁨이다.
살면서 우리는 자주 비교한다. 남의 속도와 내 속도, 관계와 하루, 성취와 오늘을 나란히 놓고 마음속으로 저울질한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부족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기 쉽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는 그 비교가 사라진다.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두고 나만의 시간에 잠기면, 나는 이미 충분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혼자여서 가능한 기쁨은 언제나 조용히 찾아온다. 소리 없이, 눈에 띄지 않게, 그러나 어떤 위로보다 깊게 다가온다. 혼자 웃을 때 느껴지는 소소한 즐거움, 혼자 견디며 조금씩 쌓이는 힘. 내가 나와 함께하는 시간은 결코 외롭지 않다. 오히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과 함께 있는 순간이기에, 가장 따뜻하다.
어떤 날에는 해가 지는 풍경을 오래 바라본다. 아무도 없는 벤치에 앉아, 그림자가 길어지고 빛이 사라지는 시간을 지나며 마음은 고요해진다. 그 고요 속에서, 삶이 나지막하게 건네는 작은 말들이 들린다.
“괜찮아. 네 하루는 충분히 잘 흘러가고 있어.”
혼자여서 가능한 기쁨은, 결국 내가 나를 사랑할 때 시작된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나의 일상, 나의 시간, 나의 감정이 내 삶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평범한 하루가 기쁨으로 바뀐다.
오늘도 나는 혼자 커피를 마신다. 혼자 걷고, 혼자 웃고, 혼자 살아간다. 하지만 이 ‘혼자’는 고립이 아니라, 세상과 연결된 가장 깊은 통로다.
혼자여서 가능한 기쁨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로 살아가는 일의 진심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