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어둑서니의 참 대단한 3종 매치

A의 코 풀기/한숨 소리/칫솔질에 B가 낮잠/손톱 깎기/사적 전화로 화답

by 콩코드


이 모든 걸 매일 사무실에서 해낸 그들의 솜씨에 누구도 감히 어깨를 겨룰 생각을 못했다. 그들은 이 시대 마지막 낭만 자객이었다. 쓰러져가는 가문의 절체절명의 생존자였다. 이글은 그들을 향한 노스텔지어이자 그들의 분투에 주례사를 마다하지 않은 이들이 내건 걸개다. 환장할 마스터베이션이다.


사내망에 비난 글이 올라오자 제발 저린 A는 쥐 죽은 듯 자신의 행위를 멈췄다. 세상 둘도 없이 안하무인처럼 행동하던 그였다. 사무실 밖의 사람들 눈이 무섭긴 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위세를 떨며 보무도 당당히 사무실서 팽팽 코 풀고, 땅 꺼질듯 한숨 소리 연발하는 것도 모자라 사무실서부터 양치질하며 화장실로 가곤 했는데 글이 올라오자 급 꼬리 내리는 꼴이라니 ㅋㅋ. 세상 거칠 것 없던 '가오'는 어디다 팔아 먹었을까? 쪽팔리지 않나? 사무실 사람들만 틀어쥐면 자신의 행위가 밖으로 새나가지 읺을 거라고 단언했겠지. 새나갈 경우에도 누가 소문의 진앙인지 색출가능하리라고 믿었겠고.


B는 손톱 깎는 일만큼은 멈출 의사가 없는 듯하다. 글이 올라온 다음날 유난 떨며 손톱을 깎더란다. 그런 글줄에 휘둘릴 내가 아니라는 건지, 자신은 손톱이 아닌 다른 걸 깎고 있었다는 걸 직접 보여주려던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혹 후자라도 근무시간에 쓸데 없는 소리를 낸 것에 부끄러움을 느낄 만도 한데. B가 평소 장소 불문 손톱깎기를 즐겨하던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비밀이라고. 가증스럽기로 짜오밍 저리가라일지 두고 보자.



#2

사무실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소리로 코를 풀질 않나, 탁탁 요란한 소리를 내며 손톱 깎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던 문제적 인간 둘이 있었다. 요즘 들어선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그 소리가 더욱 우렁차다. 예의라고는 찜 쪄먹은 저 둘에게 육모방망이가 들이닥쳤다.



#3

그들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익명의 직원이 사내망에 글을 올렸다. “업무시간에 ... 손톱 깎는 소리는 ... 여전하네요. ... 기본은 지킵시다.” 글이 올라온 지 만 하루가 지났다. 직원들이 함께 쓰는 사무실에서 몰지각하게 손톱을 깎다니. 성토하는 댓글이 연일 계속되었다. 그 외 무례한 행위에 일침을 가하는 댓글도 수두룩했다.



#4

A는 하루에도 수차례 코를 풀었었다. 전날도 그 전날도.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코 푸는 꼴을 보면 그 소리가 워낙 컸던지라 다들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듣고 있노라면 절로 상상이 되었다. 더러운 콧물이 한바탕 휴지를 누렇게 물들이는 모습. A는 거푸 두세 번 반복하고서야 멈췄다. 그렇게 하루에 열 번 가까이 A의 코 풀기는 계속되었다. 온몸의 힘을 그러모아 코를 푸는 통에 다들 혀를 찼다는 후문. 하다하다 저런 무지막지한 인간과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으리라. 오늘 A가 코 풀기를 멈췄다.





#5

역시나 유난한 소리로 손톱을 깎던 B는 그 행동을 멈출 생각이 없는 듯했다. 소리가 전보다 우렁차다. 마치 칼 두 자루가 합을 겨룬듯 사방으로 피가 튄다. 물론 여기선 잘린 손톱일 터다. 십중팔구 B가 자신을 대단한 칼잡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다들 수군거렸다. 아니라면 자신이 쉽게 넘보지 못할 위치에 올랐다고 믿었거나. 뭘 믿고 뭘 상상하던 그건 B의 자유다.



#6

B가 문제의 글을 읽지 않았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혹 읽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 들었을 개연성이 대단히 농후했다. 자신이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는 강변이라도 할 모양이었지만 출발부터 A는 남달랐다. 길을 잘못든 뒤로 잔뜩 주눅든 개꼴이었다면 억울하겠지만 사실이 그랬다. 오히려 숨죽이는 편이 나았다. 댓글 양상이 B의 목줄을 겨누고 있었다. A는 아침부터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점까지 손톱 깎는 일에 매진했다. 마치 가업을 잇기라도 하듯. 그 모습을 누군가 평했다. 이 정도면 소시오패슨데!



#7

누구라 할 것 없이 공공장소에서 대다수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버젓이 한 것에 대한 일침으로 그 말을 이해했다. 그래도 많이 앞서 간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곧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후회했다. 문제제기가 있었는데도 A가 같은 짓을 대놓고 하더라는 말을 듣고서 말이다. 말이 말처럼 천리길을 가더라니.




#8

특히나 A가 옆 사람이 자리에 있을 때 저 짓을 했다는 데서 인간성에 회의가 든다고 다들 쑥덕거렸다. 그 와중에도 A가 옆 사람에게 덮어씌우려는 속셈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옆 사람이 화장실에 간 동안에 A는 자신의 손톱에 손을 대지 않았다. 옆사람이 자리로 돌아오고나서야 제 손톱을 깎는 행위를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으려면 도대체 어떤 정신머리여야 하는지.


#9

누구나 그런 경우에 둘 중 하나로 보게 마련이다. 혹 둘 모두라고 고개를 주억거릴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 첫째, 옆 사람에게 자신의 행위를 덮어씌우려는 것, 둘째, 옆 사람이 사내망에 글을 올린 장본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을 것. 정황으로 충분히 그럴 위인이었다. 변수는 있었다. 옆 사람이 말수가 워낙 적은데다가 평소 불필요한 소리를 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는 것이다. 번지수를 잘못 짚었는데 알 턱이 있을리 없다. 맹견이라도 한 번 몰렸다 싶으면 앓는 소리를 하는 것이 그들 세계의 습속이라 가타부타 말을 섞기란 힘들다. 사내망에 오른 글을 읽지 않은 척하기가 어디 쉬우랴. 많은 경우 솔직한 편이 낫다. 남들에게서 욕지기가 스멀거리지 않으려면 그게 바른 처신일 터다.



#10

말 나온 김에 금번 논란 외에 B가 가진 특기를 전부 나열해 보자. B는 사무실에서 근무시간에 아랑곳하지 않고 낮잠을 청했다. 코를 골만큼 대범했다. 급기야 근무시간 대부분을 낮잠으로 채웠다. 직원들은 B를 깨우지 않았다.



#11

직원들은 업무 외 전화는 나가서 받았다. 하다못해 거는 전화 역시 나가서 했다. B은 달랐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한두 번 사적 통화를 하더니 자리를 퍘다. 목소리가 필요 이상으로 컸던 터라 숨길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B에게는 그 사실을 숨길 의향이 눈곱만치도 없었다.



#12

부장인 A는 B에게 그 흔한 핀잔조차 주지 않았다. 사무실이 얼마나 컸는지는 알 길이 없다. 적어도 부장이 B의 공공연한 행위를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규모는 되었다. A의 묵인과 비호 아래 B는 저 3종 세트를 거의 매일 아무렇지 않게 잘도 해냈다. B의 행위는 공공장소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였다. 제재가 없는 만큼 B는 성장했다. 이유가 있었다.





#13

A 역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3종 세트를 갖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A는 사무실에서 큰소리로 코를 풀었다. 그 모양을 직원들이 얼마나 더럽게 생각할지 A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랬다면 적어도 한 두 번은 밖으로 나갔을 것이다. 공중도덕을 알았다면, 더욱이 피치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매번 밖으로 향했을 것이다. 열이면 열 번 모두 A는 사무실에서 코를 풀었고 그때마다 직원들은 그 소리와 상상에 자지러졌다. 집에서도 식구들 눈치보느라 잘 하지 않을 행동을 버젓이 사무실에서 하는 것에 문제의식이라곤 조금도 없었던 걸까?



#14

기본적으로 A는 성품 자체가 무례했다. 쫒겨 왔으면 잠자코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과거 화려했던(?) 시절에 머물려 했다. 구태가 아니었다면 일찍 좌천의 뜻을 알아차렸을 테지만 A는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자신이 제일 똑똑하고 일머리 또한 수위를 다투는데 사장이 그걸 몰라주더라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졌고 스스로 떠벌렸다. 다른 사람들은 A가 사장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설화로 자신을 망친 것을 잘 알았다. 그 모습이 방송을 탔었다. A는 장끼와 같았다. 자신만 안 보면 남들이 전혀 모를 거라는 철딱서니 없는 믿음이라니. 손등으로 해를 가리는 꼴이었다. 자신의 세계에 갇혀 사는 비루한 인간이었다. 세상 민망한 소리는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을 옹호하는 소리일 것이다. A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다. 오래 전에 자취를 감춘 네안데르탈인이 환생하기로 한듯 A는 동작과 말이 유난스러웠다. A는 부장이라는 직함이 무슨 대단한 권력이라도 되는 양 행동했다.다들 어안이 벙벙해 입을 닫았다. A는 순응으로 받아들였다. 자살 행위는 줄곧 자기 중심적 해석을 먹고 자란다.



#15

같은 사무실의 모 씨는 A의 행동을 내내 못마땅해했다. 싸는 A의 행동을 응석받이로 받아들였다. 곁을 내줄 수 없었다. 응당 그 위치에서 햐야 할 일과 책임을 방기하고 A는 제멋대로 굴었다. A가 부서에 온지 이틀만에 A가 공식 석상에서 말했단다. 단 이틀 만에 말이다. 자신은 수다 떠든 걸 좋아하는데 고작 아침에 같이 커피마시는 것에 응할 수 없더냐고. 후로 A는 틈만 나면 한숨 소리를 냈다. 모씨를 위시해 근처에 가지 않는 이들 들으라는 듯이. 아무리 인간 말종이기로서니 이럴 순 없다.





#16

혼자 또는 몇이서 사무실을 나가 커피든 커피 할아버지든 마시는 거야 뭐라고 할 사람 하나 없다. 직원들이 업무 준비를 하는 시간에 사람을 불러 놓고 1시간씩 제 대소사를 들으라는 게 요즘 세상에 가당키나 한 일이랴. 더욱이 그 1시간은 그가 1시간 일찍 나온 대가로 1시간 일찍 퇴근하는 그 시간이었다. A 에겐 엄연히 근무시간이었던 것이다.



#17

역시나 기대에 어긋나는 법이 없다. A의 마지막 제3종은 댓글에서 비난해 마지 않았던 바로 그, 사무실에서부터 칫솔질을 요란하게 하며 화장실로 걸음을 옮기는 저 민망할 대로 민망한 행동. 그런 행동을 하는 데 A가 빠질 인물이더냐.



#18

A와 B의 신출귀몰한 3종 세트가 매일 사무실에서 버젓이 행해졌다고 생각해보라. 그 사무실을 A와 B의 왕국이라고 한들 무슨 대수였을까 싶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 안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3종 세트를 갈고 닦았다. 기본적인 예의는 껌값에 내다 팔았다. 중세 괴물이 그들 모습을 하고 있었을 거라고 다들 입을 모았다.


#19

오소리 잡 것들은 썩 물러가라. 아무리 세상이 물구나무 섰기로소니 개차반들이 마당을 어지럽히게 놔둘 수야 있나. 영락 없는 흉물에 박쥐새끼로세. 죄다 남김 없이 주리를 틀어라. 내다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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