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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와인과 음식의 멜로디

by 콩코드


와인을 처음 마셨을 땐 그 맛이 다소 낯설 수 있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스테이크랑 같이 먹으면 정말 좋아."


정말로, 한 점의 고기와 함께 와인을 곁들이는 순간 와인의 표정이 달라집니다. 와인은 음식과 함께일 때, 비로소 완성되는 술이란 걸 그제야 알게 됩니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악기와 멜로디의 관계와도 같습니다. 바이올린 하나로도 아름답지만, 피아노, 첼로가 더해지면 전혀 새로운 감동이 태어나는 것처럼요. 와인은 음식의 맛을 끌어올리고, 음식은 와인의 향을 깨어나게 만듭니다. 이를 우리는 ‘페어링(pairing)’이라 부르죠. 하지만 그건 복잡한 규칙이 아니라, 감각의 놀이이고, 미각의 탐험입니다.


와인과 음식의 하모니

레드 와인은 고기와 마셔야 하나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해요. 피노 누아(Pinot Noir)는 섬세하고 가볍기에 오히려 생선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풀바디의 화이트 와인인 샤르도네(Chardonnay)는 버터 향 가득한 해산물 요리와 만나면 놀랄 만큼 풍성해집니다. 중요한 건, 와인의 개성과 음식의 톤이 함께 춤출 수 있느냐는 거죠. 상상 외의 조합이 놀라운 하모니를 선사할 수 있습니다.



* 진한 카베르네 소비뇽과 미디엄 레어의 스테이크

* 고소한 브리 치즈와 향긋한 샤블리

* 달콤한 모스카토와 매콤한 태국식 볶음면

* 가벼운 가메(Gamay)와 감칠맛이 도는 닭고기 요리

* 풍부한 리슬링과 향이 짙은 인도식 카레


각자의 개성이 뚜렷할수록, 만남이 더 인상 깊습니다. 때로는 서로 다른 것끼리 더 잘 어울리는 법이니까요.


음식과 함께하는 와인의 기억

어떤 음식은, 와인을 ‘기억’으로 만듭니다. 생일날, 친구들과 나눈 한 병의 와인과 함께한 크림 파스타, 첫 데이트에서 어색하게 마신 스파클링 와인과 굴, 여행지 작은 골목에서 먹은 치즈 플래터와 로제 와인 한 잔. 와인과 음식의 조화는 단순한 맛의 결합이 아니라, 그날의 공기, 사람, 대화, 웃음까지 담긴 기억의 앨범이 되곤 하죠.


한 유명한 셰프는 말했습니다.


"와인은 음식의 언어를 번역해준다."


짠맛은 더 부드럽게, 단맛은 더 깊게, 기름진 맛은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것. 와인은 식탁 위에서 늘 조용하지만 강력한 동반자입니다. 그리고 그 조화의 즐거움은 누군가에게 설명해 듣는 것보다, 직접 맛보며 실험해보는 것에서 진짜 시작됩니다.


‘이 와인은 왜 이 음식과 함께 하면 더 향긋해지지?’

‘치즈를 한 조각 더 얹었더니 입 안이 꽃밭 같다.’

‘아, 이건 너무 강해서 와인이 사라지는 느낌인데.’


그 순간순간의 반응이, 우리를 ‘와인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와인을 느끼는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제안해 볼게요. 오늘 저녁엔, 늘 먹던 음식 한 가지에 와인 한 병을 곁들여보세요. 기억 속 평범했던 그 음식이 와인의 손길을 만나 어쩌면 조금 더 특별한 맛으로 되돌아올지도 몰라요.





와인이 만들어내는 순간들


와인은 그저 한 잔의 음료가 아닙니다. 와인은 분위기이고, 감정이며,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종종 특정한 음식과 와인을 함께할 때, 단순히 맛을 넘어 기억 속에 남을 순간을 만들어내곤 하죠.


첫 와인을 마신 날, 처음으로 와인과 음식의 조화를 발견한 순간, 특별한 날을 기념하며 친구들과 건배했던 기억. 이 모든 순간이 와인을 더 의미 있게 만듭니다. 한 병의 와인이 열릴 때, 그 안에는 포도가 자란 토양과 기후뿐 아니라, 그 와인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미소와 대화까지 담깁니다.


그러니 오늘 저녁, 익숙한 음식 한 가지에 와인을 곁들여보면 어떨까 싶네요. 때론 우리가 알던 맛도 와인의 손길을 만나면 전혀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오거든요.




다음 장 예고: 도시와 와인, 잔이 머문 풍경들


이 장은 미각의 작은 모험이었습니다. 와인과 음식이 함께 만드는 감동을 조금 더 느끼셨길 바라요.

다음 장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도시와 와인, 잔이 머문 풍경들’로 넘어가려 해요. 한 잔의 와인을 둘러싼 공간과 도시, 그리고 그 속에 깃든 감정들에 대해 말이죠. 와인을 마신 장소, 그 풍경, 공기, 사람들—모든 것이 와인의 기억을 완성합니다.


그리고 와인이 기억을 넘어 문화로 자리 잡은 곳들, 파리의 작은 비스트로부터 나파 밸리의 포도밭까지. 와인이 잔을 넘어 공간과 어우러지는 순간을 살펴보려 합니다. 어디에서 누구와 마셨느냐가 한 잔의 와인에 얼마나 깊은 의미를 더하는지, 함께 떠나보실까요?


"어떤 도시는 와인의 향을 품고 있고, 어떤 와인은 도시의 색을 닮아갑니다. 바르셀로나의 노을빛 로제, 토스카나 언덕을 물들이는 산지오베제, 파리의 작은 비스트로에서 느릿하게 즐기는 한 모금의 보르도.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우리가 머문 공간과 시간이 스며든 기억의 조각입니다. 같은 와인도 어디에서, 누구와 마셨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각으로 남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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