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편 위령공(衛靈公) 제21장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자신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
子曰: “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
자왈 군자구저기 소인구저인
논어의 주석서들은 이를 직관적으로 풀어냅니다. 문제가 발생하거나 일이 잘못됐을 때 군자는 그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소인은 남에게 돌린다고. 그럴듯합니다. 어떤 주석서는 ‘성패의 원인을’이라는 목적어를 집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경우엔 일이 성공했을 때에도 군자는 그 원인을 자신에게로 돌린다는 게 되고 맙니다. 반대로 소인은 성공의 이유를 타인에게 돌린다는 게 되어 이상해집니다.
원문에는 ‘구할 구(求)’의 목적어가 빠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군자도 간절히 구하고 소인도 간절히 구하는 그 무엇이어야 합니다. 뭘까요? 앞에 봤듯이 일의 성패라고 했을 때 난센스가 발생합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이라고 하면 너무 궁색해집니다. 일이 잘못됐을 때 책임을 누구에게 지울 것인가를 군자가 간절히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민망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목적어는 셋 중 하나일 것입니다. 천지만물의 운행 원리에 해당하는 도(道)나 사람됨의 크기를 뜻하는 덕(德) 아니면 그 둘을 하나로 융합해 인간세상을 이끌고 가는데 필요한 덕목으로서 인(仁)입니다. 인을 다시 둘로 나누면 자신에 대해 충실한 충(忠)과 타인을 배려하는 서(恕)가 됩니다. 도덕, 인, 충서를 구할 때 군자는 자신의 내면에서 이를 함양하고 발현시킵니다. 반면 보통사람인 소인은 이를 타인, 곧 성인이나 대인 같은 나라님 아니면 아버지나 스승, 촌장 같은 큰어른에게서 구합니다. 곧 그들의 지도력에 의탁한다는 소리입니다.
이는 군자가 독립적 지식인임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 줍니다. 당신이 군자가 되고 싶다면 스승의 도움을 받더라도 도와 덕, 어짊은 자신의 내면에서 길러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도와 덕, 어짊에 의지해 살아가려는 사람은 결코 군자가 될 수 없으니까요. 이를 군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고 새겨선 안됩니다. 당연히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또 청해야하지만 도와 덕, 어짊에 있어서만큼은 타인에게 의탁해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어짊을 실천할 수 있는 상황을 맞으면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말라”(15편 '위영공' 제36장)의 의미를 더욱 뚜렷하게 각인시켜주는 장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