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편 자장(子張) 제21장
자공이 말했다. “군자의 허물은 일식이나 월식과 같다. 잘못을 저지르면 사람들이 다들 바라보지만 고쳐서 새로워지면 사람들이 모두 우러르게 된다.”
子貢曰: “君子之過也, 如日月之食焉. 過也, 人皆見之. 更也, 人皆仰之.”
자공왈 군자지과야 여일월지식언 과야 인개견지 경야 인개앙지
자공이 말하는 군자의 삶은 오늘날 공인(公人)의 삶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잘잘못이 만천하에 낱낱이 다 드러나기에 일식이나 월식에 비유한 것입니다. 이는 다양한 미디어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더욱 강화됐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일식과 월식에 비견했을까요?
창천에 뜬 해와 달은 본디 밝고 환합니다. 일식과 월식은 그 밝은 해와 달이 서로의 그림자에 의해 어두워지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군자도 항상 청청백백할 수가 없습니다. 오판을 내릴 수도 있고 유혹에 흔들릴 때도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일식과 월식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곧 그림자에서 벗어나 다시 밝고 환해집니다.
사람들이 진짜 경이로움을 느끼는 때가 바로 그 순간입니다. 사람들이 일식과 월식을 보다가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순간은 해와 달이 어둠에 잡아먹히는 순간이 아니라 그 어둠을 벗고 다시 환한 모습을 되찾을 때입니다. 군자 또한 그래야 한다는 것이 자공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입니다. ‘군자도 허물과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진짜 군자라면 그 허물과 잘못을 바로 깨닫고 그걸 고쳐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계속 혼미함에 빠져 있다면 군자가 아닌 것이다.’
이 구절에 대해 19편 자장 제8장에 나온 ‘소인은 잘못을 범하고 나서 반드시 꾸미려고 한다’는 자하의 말과 짝을 이룬다는 설명이 등장하곤 합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1편 학이(學而) 제8장과 9편 자한(子罕) 제25장에서 공자가 군자의 덕목으로 되풀이해 강조한 ‘잘못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過則勿憚改)’와 짝을 이룬다고 봐야 합니다. 잘못을 저지를 순 있지만 그걸 바로 잡지 않는다면 군자로 볼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현대의 정치인이 곱씹어야 할 대목입니다. 아무리 자신이 옳다는 신념을 갖고 국민을 설득하고 또 설득했음에도 여론이 계속 나빠져 과반수 이상이 반대하는 상황이 오면, 역부족임을 깨닫고 물러설 줄 알아야 합니다. 긴 호흡으로 봤을 때 아무리 옳은 일이라 하더라도 국민을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했다면, 그것을 강행하려 한 자신에게 허물이 있다 여기고 이를 바로잡는 것이 군자의 자세입니다. 2500년 전 공자의 가르침을 받든 자공이 이렇게 꿰고 있는 것을 현대 민주국가의 정치인들이 여전히 모르고 있다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사진 출처 : Tomas Johans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