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자한(子罕) 제31장
‘당체꽃 바람에 펄럭이니, 어찌 그대가 그립지 않겠는가? 그대 계신 곳 멀기도 하여라!’
공자가 말했다. “진정으로 생각하는 것에 미치지 못할지니. 어찌 멂이 있단 말인가?”
唐棣之華, 偏其反而, 豈不爾思? 室是遠而!
당체지화 편기반이 기불이사 실시원이
子曰: “未之思也, 夫何遠之有?”
자왈 미지사야 부하원지유
첫 구절은 ‘시경’에 수록되지 않은 옛 노래의 가사입니다. 사물에 빗대 자신의 마음을 노래한 풍(風) 형식의 민요로 전형적인 사랑노래입니다. 당체(唐棣)가 무슨 나무냐에 대해선 산사나무와 산앵도나무라는 설이 엇갈립니다. 산사나무는 장미과의 식물이고 산앵도나무는 진달래과의 식물로 둘 다 핑크빛 도는 하얀 꽃과 빨간 열매라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한국에서 봄꽃의 대명사가 된 벚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벚꽃을 노래한 무수한 사랑노래가 그러하듯 당체꽃을 보고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면서 “그대를 떠올렸건만 그대는 너무 멀리 있네요”라고 그리움을 노래한 시입니다. 원문의 편(偏)은 ‘나부낄 편(翩)’의 의미로 쓰였고 반(反)은 ‘뒤집힐 번(翻)’의 뜻을 갖고 있지만 이때도 반으로 발음하는 것이 맞습니다.
시심(詩心)이란 걸 도통 모르고 살았던 송유는 공자와 같은 성인군자가 이런 사랑노래를 평했다는 것 자체가 마뜩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7편 술이 제30장의 “어짊이 멀리 있는가? 내가 참으로 어짊을 원하면 어짊이 내게 올진데(仁遠乎哉? 我欲仁, 斯仁至矣)”라는 구절을 끌고 와 같은 내용을 설파한 것이라 주장합니다.
뭐 그렇게 갖다 붙여도 그럴싸하긴 합니다. 그렇지만 시문학에 일가견이 있었던 공자의 발언은 그런 도덕적 해석이 아니라 문학적 평론으로 봐야 합니다. ‘꽃을 보고 사랑하는 님을 떠올리는데 그 님이 가까이 있지 않아 그립다’라는 표현의 문학적 성취가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그리운 마음이 그리 깊다면 아무리 멀리 있더라도 당장 달려가면 되지’라고 상남자 식 해석을 해선 안 됩니다.
‘그대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내 마음속엔 이미 그대가 들어와 있으니 외롭지 않다’라고 노래하는 것만 못하다는 뜻으로 새겨야 합니다. 진정 사랑한다면 지금 당장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가슴 깊이 벅차오르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음을 시인이 모르고 있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남녀 간의 깊은 사랑에 있어서도 공자가 맹자나 주자에 비하면 비하면 족탈불급의 경지에 있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