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자공의 티키타카

5편 공야장(公冶長) 제4장

by 펭소아

자공이 물었다. “이 단목사는 어떻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너는 그릇이다.”

자공이 물었다. “어떤 그릇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호련이다.”


子貢問曰: “賜也何如?” 子曰: “女器也.”

자공문왈 사야하여 자왈 여기야

曰: “何器也?” 曰: “瑚璉也.”

왈 하기야 왈 호련야



‘공야장’ 편은 유독 공자 제자들에 대한 인물평이 많습니다. 1~4장까지 제자들에 인물평이 이어지다 위의 대화가 등장합니다. 다른 사람의 인물평을 듣고 있던 자공이 “저는 어떠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겁니다. 제자 중에 자신을 평가해 달라고 손들어 질문한 사람은 자공이 유일하지 않나 싶습니다. 자신감의 발로 내지 자의식의 충만이라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자는 바로 “너는 그릇이다”라는 촌철살인의 평을 던집니다. 자공의 자부심에 소금을 뿌리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일찍이 “군자는 그릇으로 쓸 수 없다(君子不器‧2편 ‘위정’ 제12장)”라는 천명한 적이 있기에 자공은 군자가 아니라는 소리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자부심 넘치는 수재였으나 스승에게 질책받는 것에 익숙했던 우리의 자공은 이에 낙담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떤 그릇이냐?”고 잽싸고 당찬 질문을 던집니다. 이런 자공의 배짱에 허를 찔린 공자는 씩 웃으며 “너는 호련이지”라고 답합니다.


호련은 당시 종묘(宗廟)에 제를 올릴 때 오곡 중 으뜸으로 여기던 기장을 담던 청동 제기(祭器)를 말합니다. 하나라에서는 연(璉)이라 하였고, 은나라에서는 호(瑚)라 하였으며, 주(周) 나라에서는 보궤(簠簋)로 불렀습니다. 보(簠)는 네모난 그릇이고 궤(簋)는 둥근 그릇이었다고 합니다. 제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그릇이었기에 화려하고 아름다웠습니다. 호(瑚)와 연(璉)에는 모두 ‘구슬 옥(玉)’이 들어가 옥으로 장식한 옥기(玉器)라는 표현도 보이는데 청동그릇이다 보니 옥빛을 띤다 하여 구슬 옥이 들어간 한자를 쓰지 않았나 합니다.


공자 학단은 그 뿌리가 제사를 모시는 유인(儒人)입니다. 공자는 어려서부터 제기를 펼쳐놓고 놀기를 즐겼습니다. 또 위령공이 군대의 진에 대해 묻자 “제사 지낼 때 제기 놓는 예법에 관해선 들은 바가 있지만은 군사를 다루는 병법에 대해서는 배운 적이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기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호련은 공자 학단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는 군자의 그릇은 아니다”라고 충격요법을 준 다음 그릇 중에 가장 귀한 호련을 지목함으로써 반짝반짝 빛나는 자공의 재주를 아끼는 속내를 표현한 것입니다. 자공의 재주를 아끼면서도 항상 자만하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지 않았던 스승의 진심을 읽을 수 있습니다. 또 그런 공자의 노파심을 꿰뚫어 보면서도 그를 존중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놓지 않는 자공의 넉넉함도 엿볼 수 있습니다.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면서도 그 애정표현이 선을 넘지 않도록 자중자애하는 사제간의 티키타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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