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식을 안 가리는 편이다.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다 잘 먹지만 달걀이랑 밥만 있어도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또한 내 영역에 주어진 음식은 밥풀 한 톨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는 버릇이 있는데, 이는 예전 목사님께서 밥 한 톨에 농부 땀 세 방울이라는 기억도 있지만, 빈 밥그릇에 붙어 있는 밥풀 한 두 알 그렇게 처량해 보일 수 없어서 이기도하다. 한 마디로 다 잘 먹는 잡식동물이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못 잔다든가 하는 까다로운 성격도 아니다. 이것은 선상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보기보다 양도 좀 있어, 밥 한 공기로는 아쉬움이 좀 남는다.
배에 탄 첫날. 식사 시간이 되어 식당에 갔는데, 아니 이게 웬일? 김치가 있었다.
급조해서 만든 겉절이도 아니고, 샐러드바 한켵 구석진 곳에 있는 김치 모양만 흉내 낸 김치도 아니고, 떡 하니 정중앙에 김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딱 봐도 고정 메뉴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자태였다. 게다가 색감도 나쁘지 않았다. 한 번 맛을 봐? 하고 서 있는데, 세프가 옆으로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어느 나라에서 오셨…. 어.. 요?
한국이요.
까악!!!
갑자기 두 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아임 샤이, 아임 샤이 하면서 부끄러워하며, 주방으로 달려 들어가 동료를 데리고 나왔다. 드디어 우리가 만든 김치가 한국인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왔다며, 김치 맛이 어떠냐고 진지하게 묻는다.
김치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
헉. 일단 너무 달았다. 그리고 짜고, 특이한 젓갈향이 강했다..
나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두 세프 얼굴은 어쩌면 그렇게 정직하게 궁금해하는 표정일 수 없었다. 나는 얼얼해진 입술로 솔직한 평가를 내려 그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다. 나는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우며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들은 서로를 맞잡고 마치 합격의 기쁨을 나누듯 손뼉 치며 좋아했다. 그러더니 큰 눈망울을 더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데서 나는 무언의 기대 이상의 압박을 느낄 수 있었다.
난 김치를 한 움큼 더 퍼 담았다.
난 오늘도 음식을 남기지 않았다.
/2024.10 북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