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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고 수련 중 입니다.(3)

by 이을

스터디카페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12일째이다.

새벽 5시 반에 알람이 울리면 벌떡 일어나는 것은 아주 조금 익숙해졌다.

하지만, 청소하는 방식은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매일 조금씩 다르다.

작은 변수가 하루의 흐름을 바꾸게 된다는 것을 느낀다.


어제 이른 아침임에도 조용히 공부하고 있던 여학생이

오늘도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밤을 새운 걸까?

아니면 새벽 일찍 온 걸까?

궁금함이 스치듯 지나갔지만, 곧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괜히 나의 호기심이

그 아이의 조용한 세계를 방해할지 모르고,

나 역시 호기심에 내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우선 나는

청소기 소리도 줄이고, 물걸레질 소리도 최대한

조용히 최대한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조심히 청소를 하면서,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하루를

조용히 응원하는 마음을 살짝 품었다.


그러다 보니, 오늘 청소는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여학생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천천히 움직이다 보니,

청소만으로 20분을 추가로 썼고,

분리수거 작업에도 10분이 더 걸렸다.


아르바이트비는 1시간 단위로 지급된다.

형식적으로 보면 30분은 내 시간과 노동을 더 들인 셈이다.

하지만, 그 30분 동안

나는 앱을 통해 귀로 유익한 책을 들으며 작은 배움을 쌓았고,

손끝으로는 공간을 정성스럽게 정리했다.

무엇보다, 마음이 이상하리만큼 맑아졌다.


나는 본업으로 치료사 일을 하고 있다.

내담자 중 불안도가 특히 높은 중학생인 한 아이가

얼마 전, 이렇게 말한 것이 기억이 났다.

"학교에서 청소를 하고, 마무리할 때면 묘하게 기분이 좋아져요"


나는 아이의 불안도를 낮추기 위해,

5분 이상 자주 걷고,

간단하게라도 몽을 움직이며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루 과제를 주고 있다.

그 아이는 요즘 표정이 밝아지고,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도 한층 부드러워져서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하던 아이였다.


이번 청소에 대해 직접 느끼게 된 마음의 변화는

아이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아이 스스로 느끼게 된 마음의 변화는

매우 긍정적인 과정임을 설명하고,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아이를 힘들게 하는 불안과 긴장을

조금씩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 주었다.


생각해 보니, 그 아이의 마음처럼

오늘, 나의 청소도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30분을 초과해 일했지만,

공간을 정리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작은 움직임이 공간을 바꾸고,

또 그 공간이 마음을 환기시킨다.

오늘도,

작은 정리로 하루를 시작했다.



2025. 4월 넷째 주 일요일 이른 아침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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