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없어지는 것 같아

휘발되는 모든 것들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나는 편지를 쓰기로 했다

by 이유주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나서 가장 후회했던 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의 기구한 인생을 담아내지 못한 것이었다. 내가 잘 담아낼 수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의 기구한 인생을 내가 담아서 기록하지 못한 그 순간이 너무나 후회가 되는 일이었다. 인생이 한국사였는데, 내가 담아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나를 끌어내게 되었다. 그리고는 꼭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한 글과 이야기는 담아내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우리 아버지와 나는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가끔 나에게 편지를 남기곤 했는데, 그 편지를 읽고나면 그가 왜 글을 쓰지 않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않았다. 써내려가는 모든 글들이 얼마나 철학적이고, 귀한지 하루하루가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다. 가족으로 이런 사람을 곁에둘 수 있다는 건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이해가 되는 글자와 글자 사이에 그 공백들도 얼마나 귀한가. 이해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공백들을 헤치며 살아왔을 아빠와 나의 사이에는 기나긴 전우애가 느껴질 정도였다.

아빠가 기억이 없어진다고 이야기를 할 때마다 가끔은 두려움이 나를 엄습할 때가 있다. 안 그래도 얼마 나누지 않았던 것 같은 이야기들이 그 단어들이 그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한 마디라도 더 남기고, 그에게 전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의 오래된 편지부터, 내가 바라본 그만을 위한 팬레터를 적어보아야겠다. 내리사랑 만큼은 못하겠지만 말이다.




사람들이 가끔 나에게 물었다. 왜 그런 인터뷰를 하고, 팟캐스트를 만들고, 사람을 굳이 만나는데 시간을 쓰냐고 물었다. 가끔은 가족과의 시간도 억지로 가지고, 어디를 놀러가고 이런 모든 능동적인 행위들은 다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나는 후회라는 말을 싫어하고 그때 해볼걸 이라는 말을 하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인간이 모든 걸 챙길 수 없으니 우선순위를 두듯이 나의 우선순위는 나와 내 주변인이라는 것이 중요했다. 그들을 담는 일은 곧 나를 담는 일이기도 했고, 함께 시간을 녹여 만들어가는 것들이 얼마나 귀한지 모른다. 그래서 용기내어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는 보낼 수 없는 편지를 마음 속에 담아두고 살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래서 아쉬움이 없이 다 주고 떠나던 그들의 순간에 아쉬움을 던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 삶의 모토는 최대한 만날 때마다 표현을 하고, 많은 순간을 눈에 담아두고, 배우려하는 것 그 뿐이었으나 이제는 생각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편지를 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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