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할 자유

나에게 찾아온 인생강의 2

by Gabrielkim

당연할수록 잊기 쉽다. 예를 들어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한 번 지난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와 같은 명제는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매 순간 의식한 채로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은 많은 시간을 이런 사실에 대해 잊은 채로 살아간다. 우리는 '굳이' 이를 의식하고 살아가지 않는다. 이번 글은 그런 당연한 것에 대해 인식하게 해준 한 사람의 강연 내용이다.


물속에 있는 물고기에게 물이 어떤지 물어본다 생각해보자. 물고기는 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할 것이다. “물이 뭔가요?” 물고기는 물이 너무나 당연하여서 이를 인식하고 살아가지 않는다. 그저 당연하기에 별로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 인간에게 그렇다면 물은 무엇일까?


개인은 자신의 형판(形板)에 맞춰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모든 개인이 고유의 색을 가진 특별한 존재라 교육받는다. 그렇게 교육을 받은 개인은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고, 가장 중요하다는 신념을 갖고 살아간다. 이 생각은 우리의 경험을 통해 강화된다. 우리가 얻은 지식과 지혜 중에 우리를 거쳐 가지 않은 것이 있는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이를 인간의 대표적 오류라 하였다. 그에 따르면, 인간이 이러한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이 디폴트 값이라 설명한다. 그리고 이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강화된다 하였다. 모든 개인은 자신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신으로 설정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가 왜 이러한 비판을 하게 되었는지는 그가 강연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이해될 것이다.


그는 대학 졸업 연사로서 학생들에게 인문 교육의 목적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대표적 오류, 즉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사고를 이야기하였다. 그에 따르면 인문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이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것과 생각하는 법을 배운 것과 무슨 관련이 있기에 이렇게 말한 것일까?

월리스가 생각하기에 인문학의 진정한 의미는 “조금은 덜 교만하고, 자기 자신과 자기의 확신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약간은 소유”하게 되는 것에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잘 조절(adjust)하여 잘 적응한(well-adjusted) 또는 안정된 사람이 된다. 즉, 인문 교육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기본값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잘 조절하는 법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인용하여 기본값에 따른 인간의 행동을 지적하였다. ‘정신은 훌륭한 하인이지만, 주인 노릇은 몹시 서투르다.’


일반적으로 개인의 삶은 쳇바퀴를 돌아가는 것과 같다. 이러한 일상은 우리에게 무의미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게 느껴진다. 월리스는 이는 우리의 기본값에 의한 생각이라고 말한다. 따로 노력하지 않으면, 이런 식으로 우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상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며 보낸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한 번은 출퇴근길의 지하철에 타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내 주위 사람들은 하나 같이 방해되고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이렇게 덥고 찝찝한데 왜 이런 사람들과 부대껴야 하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개인은 자신이 중심이라 생각하기에, 자신을 제외한 사람들, 이 경우에는 같은 칸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같이 방해되는 사람들로 여겨질 것이다.


반면에 그는 생각하는 법을 배운 사람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 한다. 상황을 보는 것은 개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들 중 누군가는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총알 같이 뛰어나가느라 당신의 어깨를 치고 지나갈지도 모른다. 이럴 때 ‘아, 왜 치고 지나가는 거야. 짜증 나게.’라는 기본값에 의한 생각은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자연스럽게 나타날 뿐이다.


한편, 선택하는 법을 배웠다면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도 있다. ‘아, 저 사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혹시 가족 중 누군가가 병상에 있는데,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한 마음에 나가는 게 아닐까?’와 같은 생각 말이다. 물론 이와 같은 생각이 쉽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그는 선택을 통해 상황을 달리 볼 자유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듯하다. 그것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물’인 것 같다.


이처럼 우리는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노력을 통해 인식해야 한다. 자신의 기본값에 의한 삶이 아니라, 선택을 통해 생각을 달리할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살아가야 한다. 당연한 것을 글로 서술하다보니 빈약한 결론이 나오게 되었지만, 그 당연함을 부디 인식하고 살아가길 바란다.




출처: 책 <이것은 물이다>, 유튜브 <Your Mind is an Excellent Servant, but a Terrible Master - David Foster Wallace>


배경: Wikipedia-David Foster Wal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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