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를 시장에서 거래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탄소배출에 대한 글로벌한 규제이다. 탄소 배출이 지구 온난화와 기후 급변의 원인이라고 보고 탄소 배출을 규제하되 기업에 탄소 배출량을 할당하고 줄인 기업은 할당량보다 더 많이 배출할 수 밖에 없는 다른 기업에 배출권을 팔 수 있도록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같은 량의 탄소를 배출하면서도 더 많은 생산을 가능케 한다.
만일 이러한 규제를 한강 수계에 적용한다면 관련 기업들에 대해 임금 지급총액이나 부가세 납부액에 따라 오염배출량을 할당하고 할당량보다 적게 배출한 기업은 오염 배출권을 팔수 있게하고 부득이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오염배출을 늘려야 하는 기업이 사게하면 한강 수계에 배출하는 오염 총량은 유지하면서 생산이나 투자는 극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 카페나 숙박시설을 만들 수 없다고 규제하기보다 오염배출권을 사면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오염배출을 실시간으로 다수에 의해 투명하고 신뢰성 있게 감시되는 시스템은 필수적이다. 그렇게 하는 경우 카페나 숙박시설 주인은 우선 자체에 오염배출을 절감하는 장치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도저히 안되는 부분은 배출권을 사서 대응하게 된다.
(남양주=연합뉴스) 북한강을 사이에 둔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왼쪽)과 양평군 양서면이 다른 모습을 보인다. 조안면은 45년째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를 받고 있다. 2020.11.6 [남양주시 제공.
규제에 관한 시장 기반 거래제도는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다. 도심의 용적률 규제도 일정 지역에 도로율이나 철도역 수 등에 따라 용적률(일정 대지면적 위에 건축할 수 있는 건물 바닥면적 합계에 대한 비율)을 할당하고 더 높은 용적률로 건축하려는 사람은 용적률을 사고, 저밀도 개발을 원하거나 어떤 이유로든 개발이 어려운 사람은 팔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원칙을 활용하면 도로 개설, 공원 조성, 문화재 보존에 공사비 외에는 예산이 거의 들지 않는다. 실제 개발권거래제(Transfer of Development Right)로 외국에서 널리 도입되어 있고 우리 법령에도 일부 반영되어 있지만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몇 년전 어떤 교회가 자기 토지의 일부를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도로 부분의 지하를 사용할 수 있게 허가한 사건이 크게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는데 차라리 특혜가 아니라 누구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도로 지하를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사용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개발 사업 허가에서도 기부채납 문제로 지자체와 사업자가 뒤에서 거래하며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용적률을 올려주는 경우 부담할 금액을 정해 자동 계산되도록 하면 인허가 기간도 줄고 비리가 문제될 여지도 없다. 개발사업을 지연시키고 갈등 요인이 되는 일조권 조망권 문제, 알박기도 일정 원칙을 정한 뒤 건축주나 시행자가 이해 관계자들과 거래하도록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거래가 조속 타결될 수 있도록 잘 작동하는 규칙을 만들고 감시하는 것으로 족하다.
농지나 녹지 보전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검토할 수 있다. 농지 보전 목적이 식량 생산이나 안정 공급에 있다면 농업생산성 제고나 식량저장시설 또는 식량공급체제를 확보하는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농지 전용을 허가할 수 있고 자연 녹지의 경우도 그 목적이 종의 다양성 유지나 산소 공급에 있다면 대체 투자비용을 부담하고 녹지 활용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며, KTX 터널 공사를 1년 가까이 지연시킨 천성산 도롱뇽 보호도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규제를 시장에서 거래하도록 하는 것은 규제 목적을 좀 더 명확하게 하고 그 비용을 최소화하게 된다. 규제는 규제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고 관련 공무원이나 시민단체의 힘을 키워 주기 위한 것은 더욱 아니며 인간의 생활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