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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구 Sep 27. 2021

징병제는 불평등하고 국방력을 약화시킨다.

징병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

필자는 30여년 전부터 징폐지 폐지를 주장해 왔다. 그 이유는 평상시의 징병제는 불평등한 부담이고,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이며, 인권을 침해하고 애국심을 저해하며, 결과적으로 국방력을 좀먹는 원인이라는 이유에서다.     

 첫째로 징병제는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국방의무를 부담하는 제도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매우 불평등한 제도이다. 부자나 권력자들이 병역 회피를 더 잘해서만도 아니고 모두 공정하게 군대에 간다 하더라도 그 부담이 매우 불공정 내지 불평등하다. 만일 20대에 매우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젊은이가 있다면 병역의무는 그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막 뜰 찰나에 있던 아이돌이나 연예인이 2년을 군대에 가게되면 그의 인생 진로가 바뀔 수도 있다. 이미 성공한 아이돌은 신성한 국방의무를 마쳤다고 칭송받지만 그저 평범한 젊은이는 그저 평범하게 군대에 가고 몇 번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치게 될 뿐이다. 물론 다녀와서 다시 몇 년을 고생해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사람은 진로를 전환할 수 밖에 없다. 외국에서 막 박사 학위를 마치고 취업의 기회를 가질 젊은이도 마찬가지다. 외국 대학에서 한국의 국방의무를 위해 젊은이에게 2년의 휴가를 줄 까닭이 없다. 20대에 기량이 최고에 달하는 운동선수도 마찬가지고, 몸이 자산인 노동자에게도 2년은 짧은 기간이 아니다. 육체노동 기간을 40년으로 잡으면 국방의무로 5%를 세금으로 추가 납부한 셈이다. 반면에 부자의 경우는 자신이 군대에 가 있는 경우에도 부모들이 재산을 불려 주고 자산은 불어 난다.

 지원병제를 하면 가난한 사람이 주로 군대에 간다고 주장하지만(전혀 검증되지 않은 허구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가난한 청년이 군대에 가서 봉사하고 제대로 급여를 받아 제대할 때 최소한(만일 3년 봉사한다면 1억원 정도)의 자산을 모일 기회를 주는 것이 훨씬 공정하고 평등하다. 즉 징병제 국방의무는 모두 같은 기간을 봉사하는 것이니 평등하다는 주장은 허구이고 사기이다.      

 둘째로 매우 비효율적인 제도이다. 필자가 군대에서 한 일은 우리 부대 대장의 구두를 닦아 주고 청소와 잔심부름을 하는 일이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주택정책을 담당하던 공무원을 데려다가 구두 닦고 청소, 잔심부름을 시키는 것이 국방력 강화에 얼만큼 도움이 되었을까? 만일 그 당시 필자가 군대에 가지 않고 1년 이상 주택 부동산정책을 담당했다면 적어도 현재까지 계속되는 엉터리 주택정책이 존재하기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게다가 인력이 공짜라는 국방부의 착각은 병역의무로 징집된 장병들을 지휘관의 사적인 일에 종사시키거나(우리 부대장은 계급은 중령인데 운전병, 비서일 맡은 병이 각각 둘씩 넷이나 되었다) 굴착기 사용해 하루면 될 일을 장병 수십명을 동원해 삽으로 며칠을 파대고, 복사기로 10분-20분이면 할 수 있는 것을 여러 사병들 모아 놓고 먹지에 쓰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것은 후방에서의 일이지만 아마 요즘 CCTV와 정밀 센서카메라를 설치하면 훨씬 잘할 수 있는 일을 휴전선 전방에서 10만 이상의 장병들이 졸음을 참고 보초를 서며 북한군이 철책을 넘어 노크 귀환을 허용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징병제로 월급을 적게 준다고 공짜가 아니다. 강제로 징집한 젊은 장병들의 기회비용(이 들이 같은 기간 다른 곳에서 일할 때 얻을 수 있는 소득)을 계산한다면 어림 잡아 월 250만원으로 1인당 연간 3천만원* 연간 징집인원 25만*2년 하면 쉽게 연간 15조원으로 현 국방예산의 1/3에 달하는데 그런 엄청난 자원을 신성한 국방의무로 포장하여 낭비하자는 것이 현 국방부 내지 징병제를 옹호하는 애국자들의 주장인 셈이다.     

 셋째로 징병제 군대는 인권침해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보통 조직은 승진이나 급여를 인센티브로 써서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데 강제로 징집하다보니 인센티브로 줄 것이 별로 없다. 결국 인센티브가 아니라 벌을 주는 방법으로 조직을 이끌게 되고 벌을 주는 것은 인권침해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강제로 복무하다 보니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조직 운영 문제로 근무 여건이 열악해도 그만둘 수 없다. 만일 일반 회사라면 그런 일이 발생하면 퇴사하는 사람이 많아 질 것이고, 우수한 인력이 빠져나가면 회사도 망해 시장에서 퇴출되겠지만 군대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 국가 존망이 걸린 군의 조직 운영이 엉망이어도 군은 유지되고, 인권 침해는 수시로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인권침해가 빈발하는 환경에서 애국심도 저해된다. 마치 애사심 없는 직원들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징병제를 주장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군대를 애국심으로 무장된 군인들로 구성해야 하며 용병제(징병제 찬성론자는 지원병제를 폄훼하려고 용병제라는 용어를 씀)는 돈을 받고 복무하는 것이어서 애국심이 없다"는 것인데, 군대 내 인권침해야말로 애국심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그리고 만일 애국심 때문에 징병제를 한다면 장교도 월급이나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어선 안되고(그러면 용병과 같게 되니) 과거 유럽처럼 귀족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지원하게 하든지 징병제로 뽑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필자가 징병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매우 보수적인 생각에서이다. 같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애국심에 충만한 강력한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 능력에 따라 국방에 종사할 수 있도록 급여를 받고 근무하는 지원병제로 개선하고, 생명의 위협이 있어 지원병으로는 충당이 안되는 유사시에는 동원체제를 발동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면 된다.

 만일 CCTV나 스마트 센서를 연구하는 젊은이라면 군에 입대하기보다 관련 기업에서 일하면서 군대에 납품하는 감시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국방력 강화에 훨씬 도움이 되고, 분야가 무엇이든 각자 최선의 방법으로 국가 안보에 기여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더 많이 기여하도록 하면 된다. BTS처럼 스타가 되려는 젊은이는 그 분야에서 기여하고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국방에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국가 안보는 단지 소총 들고 탱크 모는 것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력 전체와 복합적 생태계를 갖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원병제 전환시 소요 예산은 연간 10조원 정도(50만 장병 유지시 15조원이지만 지원병제로 인력운용을 효율화하면 30만 정도로 충분)이므로 우리 재정이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은 아니다. 군을 지원하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국방부담금을 받아도 되고, 병역면제자들에게 소득세의 일정비율로 국토방위세를 받아도 되겠지만, 재원조달방안은 다수가 기꺼이 동의하는 동시에 효율성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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