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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구 Sep 27. 2021

세월지난 군가산점제 논쟁의 황당함

 요즘 대선 후보들사이에서 군가산점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있고 후보들간에는 왜 베껴 쓰냐는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군가산점제는 위헌적이고 비합리적인 방법이다.     

  (구)제대군인지원에관한법률 제8조에 의한 군가산점은 1997년 종전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전원 일치로 위헌결정을 받았다. “실적주의에 입각한 공직제도와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여성ㆍ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공직 취임기회를 제한하여 평등권을 위반한다”는 요지였다. 폐지론을 주도한 건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참여연대 등 여성계ㆍ진보진영 중심이었다. 군 가산점은 결국 도입(1961년) 40년만인 2001년 최종 폐지됐다.

 좀더 자세히 헌재의 판단 근거를 살펴 보면 “군가산점제의 입법취지가 병역을 자진 이행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제대군인의 사회복귀를 도와 병역의무에 따른 불이익을 보상하는 것이라면 병역법의 엄격한 적용과 병역의무에 대한 건전한 의식 형성으로 입법목적을 달성해야 하며, 제대군인에 대한 특혜로 제대군인이 아닌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헌법이 국방의 의무를 국민에게 부과하고 있는 이상 의무를 이행했다고 해서 특별한 희생으로 보고 일일이 보상해야 한다고 할 수 없다"며 위헌 결정했다.

 남성에 대한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가산점제는 성별에 따른 차별을 불러오고 제대 군인에 대해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다른 집단에게 동등하게 보장돼야 할 기회를 박탈하는 방법은 안된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군가산점제가 우리 법체계내에 확고히 정립된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와 보호'라는 기본질서에도 저촉돼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과 합리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공무원채용시험에서 작은 점수차로 당락이 좌우되는 현실에서 제대군인이 제한없이 군가산점 혜택을 받게되면 다수의 비(非)제대군인이 기회를 박탈당하고 공무담임권을 침해될 수 있다는 점도 위헌 결정의 근거가 됐다.

 대선 후보들이 이렇게 명확한 위헌 판단의 근거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어 보았는지 의문이다. 필자가 행정고시를 합격하고(왜 행정고시 자체에는 군가산점이 적용되지 않았는지는 잘모르겠지만) 부처를 선택할 때도 군가산점으로 인해 병역을 필하지 않고 합격한 사람들은 엄청난 불이익을 받았다. 공무원이 될 사람들이라 병역기피는 상상도 못하고 대부분 합격 후라도 군대를 가는데 그랬다. 마치 대학 재학 중 입대해야지 졸업 후 군대가는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과 같다. 그런데 좀 비합리적이라 생각했는지 다시 합격점수 상위 5%는 군가산점과 관계 없이 성적으로 부처를 배정하는 예외 규정을 두었는데 경우 필자는 5%의 끄트머리쯤 해당되어 원하던 부처를 선택한 기억이 있다. 벌써 40년전의 일이지만... 필자는 1년 정도 근무한 뒤에 비록 방위로 일병제대이긴 하지만 군 복무를 마쳤다.

 그리고 군 가산점제는 가산점을 받는 제대군인 사이에서도 매우 불평등한 지원이다. 즉 다음의 1.내지 3.의 경우에 해당해야 혜택을 받게 되는데

1. 공공기관 기타 가산점 혜택이 있는 기관에 지원해야 한다.

2. 너무 성적이 좋거나(가산점 없이 합격하니) 너무 나빠도(가산점을 받고도 떨어지니) 소용없고

3. 합격했지만 가산점을 받지 않았다면 떨어질 경우

 그러니 제대 군인들 간에도 운이 좋은 사람만 혜택을 받고 또 응시자들이나 시험의 난이도에 따라 운이 좌우된다. 예를 들어 시험 합격생의 대부분이 79점에서 83점에 몰려 있다면 5점의 가산점은 가히 절대적이다. 그러나 만일 합격생의 점수 분포가 95점에서 65점으로 분산되어 있고 하위 5점 구간의 합격생은 거의 없었다면 실효성이 거의 없게 된다.

 결론적으로 군가산점제는 매우 불확실하고 불평등한 인센티브이다. 적어도 세상 살이는 운에 좌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군가산점제를 부활시키겠다는 무모한 생각은 하지 않을텐데 후보들의 무책임함이 끝을 모른다.

 이런 문제 많은 제도를 가끔은 큰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도입하겠다는 용기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좀 심하게 말해서 그런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면 어떤 일을 할까 우려스럽다. 부당하게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이고 세심한 계획을 세우더라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가끔 부당하게 피해를 보는 게 어떠냐며 처음부터 잘못된 설계를 추진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경쟁 상황에 따라 혜택이 좌우되는 군 가산점을 주느니 징병제를 폐지하고 군 복무중 정당한 급여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지원병제를 추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애국자(?)들이라서 징병제를 절대 버릴 수 없다면 위헌판결이난 군가산점제를 살리려고 하기보다는 징병제 사병에게도 경제적으로 정당한 급여와 퇴직금으로 보상을 해주는 제도를 마련하는게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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