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립니다.
물기를 조금만 머금은 눈 이라서
가볍게 흩날립니다.
어느덧 내 마음에도 시가 살포시 내립니다.
눈은 그리움입니다.
가만히 눈을 보노라면 당신 모습이 떠오릅니다.
남한산성에서 대관령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놀던 그대 모습이 보입니다.
어린아이처럼 눈 꽃송이를 날리고
눈을 이불 삼아 그대로 드러눕던,
동화 속 주인공처럼 눈사람 만들고
천연덕스럽게 눈 동굴에 들어가 앉던,
당신의 순수한 마음이 그립습니다.
당신의 상큼한 웃음이 보고픕니다.
가벼운 눈이라서 바람에 흩어지듯이
사랑도 가벼워야 쉬이 녹아 없어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