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두콩 삶기와 다이어트 도시락 싸기
최근 넷플릭스에서 채식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몇 편 봤습니다. 가공육과 육식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What The Health>와 운동선수들이 기량 향상을 위해 채식을 선택했다는 <The Game Changers>가 인상 깊더군요. 여기 출연한 엘리트 운동선수부터 세계에서 가장 힘센 사람까지, 채식으로 식단을 바꾸고 더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합니다. 막연히 기운이 나려면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고정관념이었던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닭, 소, 돼지 등의 가축을 키우는 공장식 축산업의 현실과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영상으로 보니 생각이 많아졌어요. 내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지구의 건강을 생각할 때가 왔습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매 끼니 단백질을 100g씩 챙겨 먹습니다. 계란, 닭가슴살, 돼지고기, 소고기 등등 동물성 단백질을 매일 300g~400g씩 먹는 셈이죠. 문득 '동물성 단백질을 너무 많이 섭취하고 있지 않나…'고민이 되었어요. 동물성 단백질이든 식물성 단백질이든 단백질이란 분자로 환원되면 같은 성분이죠. 그렇다면 동물성 단백질을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해도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하루 4끼 중에 2끼 정도는 식물성 단백질로 섭취해도 좋겠죠.
식물성 단백질 하면 당장에 떠오르는 것이 콩과 두부입니다. 마침 여름에 제철인 완두콩을 한 봉지 샀어요.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신선한 완두콩을 사서 껍질을 벗기고 손질합니다. 완두콩은 껍질을 벗겨 씻지 않고 냉동 보관하면 오래 보관할 수 있대요. 저는 밥에 넣을 완두콩 한 줌은 따로 냉장 보관했습니다. 완두콩을 까는 동안 고양이가 완두콩 바구니에 코를 박고 킁킁 대네요. 신선한 향기에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반질반질 통통한 완두콩이 보면 볼수록 정들어요. 자세히 보니 저마다 크기도 모난 부분도 달라서 개성 있고 귀여워요. 생명력이 가득한 선명한 녹색인 것이 참 매력 있죠.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랑스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절반의 완두콩은 껍질째 삶아둘 거예요. 껍질째 삶은 완두콩이 더 맛있답니다. 완두콩은 식초를 푼 물에 깨끗하게 씻어주세요. 콩깍지 끝부분을 가위로 자르고 소금을 크게 한 숟갈 넣어 뒤적여 줍니다. 끓는 물에도 소금을 한 숟갈 넣고 삶아줄 거예요. 소금이 제법 많이 들어간다지만 이 정도는 넣어야 콩에 간간히 소금기가 밴답니다. 짭짤하고 따끈한 콩을 먹으면 파근파근 부서지는 식감에 고소한 맛에 일품이죠.
도시락통에 고구마 100g에 완두콩 100g을 넣어줍니다. 곁들이는 샐러드 하나를 준비하면 든든한 채식 다이어트 도시락이 되죠. 간단하게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아침에 챙겨나가면 그만입니다. 완두콩과 양파, 토마토 등등을 썰어 샐러드를 만들어도 맛있을 것 같아요. 완두콩을 캐슈너트과 갈아서 초록빛 완두콩 두유를 만들기도 하고 콩국수를 만들기도 합니다. 요즘은 강낭콩이 나올 때라 강낭콩을 삶아서 샐러드를 만들어도 좋겠네요.
채식이 반드시 정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나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요. 예전에 100일간 완전 채식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 많이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논리나 지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닌, 생존본능이나 직관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우리가 먹는 것과 사는 것에 변화가 필요해요. 지금처럼 너무나 쉽게 대량의 육류를 소비하고 가공식품에 길들여지는 삶을 바꿔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면 조금씩 바꿔나가야 할 것 같아요. 당장은 닭가슴살과 계란 대신 콩을 먹는 것으로 시작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