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진로 Part-2
제가 고3이었을 때 대학 설명회에 참석했을 때였습니다. 당시 산업공학과 교수님이 입학 설명회를 진행하셨는데, 학교 안내와 입시 설명을 마치신 후 질문을 받으셨습니다. 그러자 누군가가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산업공학과는 도대체 뭘 하는 전공인가요?”
그 질문을 받으신 교수님은 미소를 지으시며 답변하셨습니다.
“네, 어디를 가나 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입니다.”
산업공학은 산업 시스템을 과학적으로 설계하고 운영 및 관리하는 학문을 연구합니다. 산업에 활용하는 자원은 한정되어있고 사용하는 만큼 비용을 지불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가급적 생산에 필요한 비용은 줄이되 대신 얻는 이익은 최대화해야 합니다. 가령 어떤 회사에서 A제품, B제품, C제품을 생산하는데 각 제품마다 필요한 자원과 필요한 인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품마다 얻는 수익금이 각기 다릅니다. 게다가 최소한 몇 개 이상 판매해야 하는 수량도 있고 시장의 상황과 소비자들의 수요 또한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사는 각 제품을 어떻게 생산해야 들이는 비용에 비해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전체적인 공정과 경영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고의 결정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회사의 경영 상태, 자원의 확보, 경제적 가치 등을 고려해서 최적의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산업공학이 이러한 역할을 합니다.
산업공학은 역사가 꽤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이나 교사, 학부모에게 생소한 이유는 우선 결과물이 눈으로 잘 보이지 않고 특정 교과목과 연계성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전자공학은 전자제품이므로 물리, 화학공학은 화학과 물리, 유전자공학이나 생명과학은 생명과학 등 학과와 과목의 연계성이 어느 정도 보이고 결과물도 교과와 연계되지만 산업공학은 결과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 ‘효율’, ‘최적화’입니다. 게다가 산업공학은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하다 보니 뚜렷하게 ‘이런 역할을 해’라고 할 만큼 눈에 딱 띄게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를 비롯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고 산업공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진로를 탐색하는 학생들이 차츰 많아지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산업은 사람, 자원, 설비, 경제, 정보 등 매우 다양한 요소가 복잡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산업의 복잡도를 다양한 악기들이 모여 있는 오케스트라로 비유를 해볼까요? 각 악기마다 훌륭한 연주자가 있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지요. 하지만 각각의 아름다운 소리를 모아놓았다고 해서 전체 소리가 저절로 조화를 이루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적인 시각으로 소리를 듣고 각 파트를 조율하는 지휘자의 역할이 필요하죠. 지휘자는 직접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를 하거나 팀파니를 울리지는 않지만 전체 밸런스를 맞추고, 흐름을 주도하고, 특정 부분에서는 주연 역할을 하는 악기 소리가 돋보이도록 연주를 지휘함으로써 아름다운 곡이 되도록 하죠.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군대의 지휘관은 총을 들고 싸우는 보병, 포를 쏘아 올리는 포병, 탱크와 같은 장비를 운영하는 기갑병, 수송과 운송을 담당하는 운전병 등 다양한 역할을 적시적소에 배치함으로써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전술을 운영하여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야 합니다. 산업공학은 산업에서 전체를 지휘하는 역할을 감당합니다. 산업공학은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어 시스템이 효율적 운영되도록 하고 각자 제 역할을 통해 조직 전체가 최적의 결과를 얻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산업공학은 인공지능과 밀접한 관계를 지닙니다. 2019년 12월 문일경 대한 산업공학 회장은 전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시 교통·환경·주거 문제 등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스마트시티는 산업공학에서 다뤄온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기존 도시 설계 및 운영에 적용된 분야이며, 드론·자율주행을 활용한 물류나 빠른 시간 내에 배송경로 및 배송시간을 최적화하는 방법 등은 산업공학의 전통 분야”라고 소개했습니다. 산업공학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기법으로 데이터 마이닝을 들 수 있습니다. 데이터 마이닝이란 많은 양의 데이터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는 활동입니다.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발생한 문제를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고, 발생 가능한 문제를 데이터를 통해 예측함으로써 경영 전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데이터 마이닝의 예를 들어볼까요? 어떤 은행에서 고객층이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고객의 이탈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이자를 높이고 대출 이자를 낮추면 가능할까요? 이러한 정책은 고객의 이탈을 막을 수는 있지만 회사 전체의 수익은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산업 공학에서는 고객이 감소하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고객들을 군집화 알고리즘을 활용해 유사한 집단으로 묶어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비대면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고객층에서 이탈률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원인을 좀 더 살펴보니 고객 서비스 이용 시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서 불편을 겪는다는 불평이 SNS의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원인이 데이터를 통해 구체화되면 은행은 상담 서비스 인원을 늘리고, 챗봇을 이용한 비대면 소통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법을 통해서 고객 이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최근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 구현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에서는 2017년 이미 인공지능 기반 도금량 제어 자동화 설루션을 도입했고, 철강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 ‘포스 프레임’을 통해 전 철강 전 공정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최적의 공정 조건을 공장을 제어합니다. 그 결과 2019년 세계 경제 포럼에서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선도할 ‘등대 공장’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융합 등과 같은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가장 손꼽히는 전공이 바로 산업공학입니다. 박진우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스마트 2020년 9월 개최된 ‘2020 과총·학회 공동포럼-인공지능과 스마트 제조·SCM’에서 스마트 팩토리 구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우수한 인재’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최적의 의사 결정과 효율성 등을 생각해보면 산업공학은 경영학과 비슷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대학에서는 산업공학 외에도 산업경영공학과라는 학과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산업 공학에서도 경영학은 중요하게 다룹니다. 차이가 있다면 경영학은 조직론, 인사관리, 마케팅 등 조직의 성격과 조직을 이루는 사람들에 대한 이론적 측면이 강한 반면 산업공학은 시스템 관리, 경제성공학, 인간공학, 정보 시스템 등 수학 및 과학적으로 문제를 분석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산업공학은 데이터를 통해 가치를 확인하고 예측하며 융합과 연결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는 면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전공이기도 합니다. 경영을 위한 경영공학 및 품질/데이터 경영, 생산/물류 경영, 인간과 기계 시스템의 효율화를 이해하기 위한 인간 공학을 배웁니다. 또한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마이닝이나 가치 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기 위한 정보 시스템 분야에서는 컴퓨터공학 내용을 함께 다루기도 하죠. 우리가 인공지능에서 살펴봤던 인공지능의 다양한 기능을 전반적으로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전공이 산업공학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