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종례의 글 : 행복과 기쁨

종례 후 단톡 글 배달

by 코딩하는 수학쌤

훈련소에서 어리바리 군생활을 시작한 시절, 당당하게 조교 중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말년 병장과 1:1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군대를 늦게 24살에 갔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기들은 나보다 3~4살 정도 어렸었고, 심지어 조교들조차 다 나보다 어린 나이였습니다. 말년 병장도 저보다 1살 어린 '동생'이었죠.


내무실에서 단 둘이 마주한 시간. 어색하게 각을 잡고 앉았는데 말년 병장이 한 마디 했습니다.


"넌 어쩌다 군대 늦게 왔냐?"

"대학 졸업하고 왔습니다!!"

"귀 떨어지겠다. 둘 밖에 없는데 여기선 조용히 대화 나눠도 돼."

"알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그러다가 20대 중반의 나이에 비슷한 고민들을 나누기 시작하고.. 저보다 한 살 어린 조교가 심각한 얼굴을 하고 물어봅니다.


"다른 애들한테는 못 물어봤는데, 너한테는 좀 물어봐도 되겠다. 넌 인생의 목표가 뭐냐?"


순간 정적이 흘렀습니다. 사실 그때 목표라고 해봐야 군대 빨리 전역하는 거? 그리고 신병교육대에서 욕 좀 덜 먹는 거.. 그거 외에는 생각이 안 나다가 순간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게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그러자 조교가 나를 뻔히 보더니..


"야, 인마. 그게 목표가 아닌 사람이 누가 있냐."


순간 어리둥절했습니다. 전 그때까지 인생의 목표가 행복이라고 이야기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반가웠습니다. 그게 모두의 목표였다니. 적어도 전 이상한 사람은 아닌 게 증명이 되었으니까요.


행복이 도대체 뭘까요?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죠? 만약에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게 행복의 요건이라면 어쩌면 저는 이미 행복을 이루었을지도 모릅니다. 꿈꾸던 대학에 입학하는 행운을 손에 쥐었지만 그 기쁨은 아주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순간의 벅찬 기쁨이 행복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기쁨과 행복은 어떤 면에서 좀 다릅니다. 기쁨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생길 때가 많아서 오래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내 마음속에서 주체적으로 생겨나기 때문에 잔잔하지만 오래갑니다.


폭발적인 기쁨이 매 순간 오지 않는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다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어요. 여러분은 우리로 인해 행복하신가요? 적어도 담임인 저는 2학년 선반이라는 잔잔한 행복 속에서 오늘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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