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의 남미 일주

지금은 여행기 '읽을' 때.

by 깔깔마녀

' 이 와중에 여행은 무슨, 동네도 한 바퀴 돌기 불안한 데'라고 할 정도로 나의 여행 세포는 무감각해졌다. 이러다 여행이란 글자는 사멸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중, <40일간의 남미 일주>를 만났고 이틀- 책을 읽는 시간-이었지만,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을 만끽하였다. 당장 떠나지는 못하더라도 상상 속 여행은 언제나 가능하다. 초가을의 청명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책 속으로의 산책을 선택하게 만들었던 <40일간의 남미 일주>. 여행의 감성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책 속으로 여행, 아니 책 속으로 즐거운 도피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40일간의 남미 일주. 2020년에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작가는 선견지명이라도 있었는지, 마치 지금 아니면 안 돼! 하는 마음의 소리를 들었는지, 어쨌든 돌연 남미 여행을 결심한 지 한 달 후, 남미행 비행기에 오른다.(2019. 7월)


그리고 '좌충우돌, 우여곡절의 연속'이야말로 여행의 정석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어, 재미와 동시에 읽는 내내 '안쓰러움'을 유발하게 만들었다. "집 떠나면 개고생!"


여행 준비를 철저히 해도 현지에서 마주치는 새로운 사실- 이는 이방인에게나 새롭지 현지인들은 이미 익숙한 체제- 들을 몸으로 확인하며, '아, 이런, 뭐지? ' 같은 마음이 드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런데 여행기를 읽을 때 이런 이야기를 세세히 털어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혹자는 자신의 여행이 완벽한 타이밍과 최고의 선택임을 거듭 강조해, '여행의 맛'을 무미건조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계획대로 착착 들어맞는 여행이면 좋겠지만, 여행기를 읽을 때는 반전도 있고, 세렌디피티 같은 일도 나와야 재밌다고 생각. 겪은 사람은 힘들었겠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그렇다. 해석하기 나름이니 딴지 걸지 말기를.

책은 전자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재미난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비행기표를 출력하지 않았다고 추가금이 붙고, 비행기표가 아닌 보딩패스를 출력하지 않았으니 또 추가금액을 지불하고, 이번에는 티켓을 출력하기 위해 컴퓨터에 접속하는 데 몇 시간씩 보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상담원과 서너 시간 동안 채팅을 하는 일도 생겼다. 철저하게 크기와 무게를 맞춘 수화물임에도 그들이 정한 규격에 맞지 않다고- 그들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그들만이 알겠지?- 또다시 돈을 더 내야 하는 등 에피소드만 해도 천 가지 만 가지다. 게다가 물갈이는 왜 그렇게 자주 하는지, 그렇게 장염을 달고 지내면서도 끊임없이 맥주(현지의 펍 문화를 즐겼다고 해야겠지.)를 마시는 작가의 마음이야말로 현지 문화에 젖어든 것으로 이해하였으니, 이만하면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했다고 할 수 있겠다.


여행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던가.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도 참으로 다사다난 그 자체였다. 에피소드의 대미를 장식했던 '운동화 사건'은 마치 내 이야기처럼 잊히지가 않았다.

숙소의 세탁기로 신나게 운동화를 빨았는데 신발이 쪼그라들어 신지 못하게 된 일, 발을 아무리 구겨 넣으려 해도 안돼, 결국 (겨울에) 조리를 신고 공항까지 와서, 다시 운동화를 사려고 백방으로 분주했던 작가의 모습을 보며, 이거야 말로 진짜 여행기구나! 현장감 제대로다! 지어내려야 지어낼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이즈보다 훨씬 큰 명품 운동화를 사야 했고, 신을 끌며 다녔을 작가를 떠올리니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그럼에도 40일의 여행을 무사히 마친 후 책까지 출간할 수 있었던 것은, 여행 중간중간 작가가 되새겼던 그 단어 덕분이 아닐까?

바로 "paciencia" (인내심, 인내).

예상과 궤도를 벗어난 일의 연속임에도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인 것은, 여행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미에 간다고 빠시엔시아의 자세를 체득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책을 읽었으니 나도 오늘부터 이 단어를 만트라로 삼고 외쳐봐야겠다. 지금의 현실을 지탱할 새로운 힘이 생겨날 것 같다. "빠시엔시아~!" (최대한 현지인의 억양을 흉내 낼 것)


- the end-



*중간중간 사진도 나오지만, 사진이 없어도 충분히 장면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만큼 여행기는 여행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생생했다.

제목도 단순 명쾌한 꾸밈없는 100% 오리지널 여행기, <40일간의 남미 일주>


*책을 통해,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라는 화가를 알게 됨. '무차스 그라시아스, 민숙 초이~!'


* <40일간의 남미 일주> 저자 최민석, 해냄출판사, 2020년 8월 발행








*내가 고른 여행서 부문 순위*


1. 빌 브라이슨 <나를 부르는 숲>- 책을 읽으며 웃다가 눈물까지 줄줄~. 마지막에는 카타르시스까지. (내게는 부동의 1위다.)

2. 손미나 <스페인, 너는 자유다>- 손미나 아나운서가 글도 이렇게 잘 쓰다니~. 읽고 나서 그 에너지를 온몸에 받았던 기억이 난다.

3.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공항에서 일주일을>

4.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5. 아직 읽지 않은 여행기,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 여행기 중에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언니들의 여행법 1,2>와 엄유정 작가의 <나의 드로잉 아이슬란드>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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