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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정냥이 Oct 01. 2023

Ⅲ 선함, 인간에 대한 예의

그림책은 기본적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선함,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춘다. 모든 책이 그럴 것이나 그림책은 더 명확하게 인간의 좋은 면을 드러낸다. 그 모습에는 약함도 있고 망설임도 있고 실수와 잘못도 있다. 그런 점을 반성하고 바로 잡으려 하고 그것을 계기로 성장한다. 

어떻게 해도 인간은 인간이나, 사람들은 굳이 인간답다, 인간답지 않다는 말을 한다. ‘인간답다’는 농담이 되고는 하나 ‘인간답지 않다’는 농담이 되지 못한다. 인간다움을 정의하기란 쉽지가 않다. 생각하다 보면 혼란스러워진다. 이 말을 하는 우리는 모두 이미 인간이지 않은가. 못난 점, 잘난 점도 모두 인간의 일인데 인간다움과 인간답지 않음을 어떻게 나눌까? 그런데도 인간끼리 서로 인간다움을 요구하고 인간답지 않음을 성토하다니, 기본적인 인간다움도 지키지 않고 인간답게 보호받지 못하는 시절인 것 같아 서글프고 두렵다.

숭고한 이상, 고양된 감정, 소박한 행복 등 인간이 지향하는 상황을 지칭하는 개념은 많지만 어느 시대이건 가장 기본은, 스스로 돌보고 남을 해하지 않음일 것이다. 여기에, 시대마다 인간됨의 기준은 달라질 것인데, 그 시대에 유달리 필요한 또는 유달리 결핍된 부분이 있어서이다.

인간다움과 인간다워야 한다는 근본적 편견은 내가 책을 읽고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동기이다. 책을 읽고 느끼고 깨닫는 이 활동을 지속하며 유연한 존재가 되고 싶게 한다. 내 경우에는 여러 책 장르 중에서 그림책이 가장 유용했다. 침울해지는 순간에도 그렇지만 불안할 때도 그림책을 찾았다. 책장을 천천히 넘기며 그림책에 깔린 선한 인간다움을 받아들이며 마음은 안정이 되었다. 상냥함과 인간에 대한 예의, 타 생명체에 대한 예의가 그림책에는 기본적으로 스며들어 있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자유롭고 온화한 세계로 나아가고, 반성하고 깨달으며 따뜻한 인간으로서 성장해 간다. 리디아의 포용력과 적응력, 기욤 뒤프라의 탐구하는 정신, 허먼과 로지의 예술을 즐기는 마음, 좌절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의 변화, 사람과 사람 또는 존재 사이의 만남과 정듦을 보다 보면 마음이 가만히 안정을 찾는다. 그런가 하면 피터 시스의 자유를 향한 갈망은 둔해져 있던 마음을 위태롭게 두드렸다.  

책마다 방법이 다르다. 선함과 인간다움을 드러내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결핍과 폭력, 각박함으로 선함과 인간다움이 지켜지지 않는 세상을 드러내는 그림책도 있다. 몇몇 책은 다소 어두워 보이기도 하나 경각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더 절실함이 스민 책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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