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_
”눈꽃 아래, 봄을 준비하다“
겨울의 멋은 뭐니 뭐니 해도
눈꽃이 피어야 제격이 아닌가?
삭막하기만 하던 산천에
솜이불을 덮어주듯 눈이 내리자
가지마다 강추위를 매달고 오들오들 떨던 나무들은
금세 흐드러지게 눈꽃을 피운다.
눈앞에 펼쳐진 설경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장관을 이룬다.
소한도 지나고 대한도 며칠 남지 않았으니
머지않아 입춘 또한 우리 곁으로 다가서겠지?
살며시 눈 감고 겨울잠을 자고 있는
나무에 귀 기울여 보니
나무들도 어느새 겨울잠에서 깨어나
봄맞이 준비에 부산을 떨고 있다.
머지않아 춘삼월이 오면,
죽은 듯한 가지에서 잎이 피고 꽃이 피어
화사하게 봄을 수놓을 것이다.
겨울 삼동 발길을 끊었던 멧새들도 찾아올 것이고,
강남 갔던 철새들도 돌아와 꽃가지를 넘나들며
은쟁반에 옥을 굴리듯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지저귀겠지.
나비와 벌도 팔랑팔랑 춤을 추며 꿀 따러 올 것이다.
지금은 비록 눈꽃이 흐드러지게 핀 나뭇가지를 삭풍이 휘몰아쳐 눈꽃을 날리고,
지붕 처마에는 수정 같은 고드름이
우후죽순처럼 걸려
추위가 뼛속 깊이 파고들지만,
봄을 준비하는 나무뿌리의 부산스러운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나도 모르게 "이은상" 선생님이 작시하시고
"홍난파" 선생님이 작곡하신 "봄처녀"를
읊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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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글 속 겨울은,
얼어붙은 침묵 속에서도
살아 숨 쉬는 봄의 예감으로 가득 차 있다.
눈꽃과 삭풍,
고드름과 춘삼월의 약속—
모두가 하나의 리듬처럼 이어진다.
겨울 끝자락에서도
봄을 기다리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마음.
아버지의 시선은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는 따뜻한 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