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춘분, 봄이 내 곁에 오는 방식”
네 번째 절기인 춘분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겨우내 싸늘하던 공기는
이제 훈훈한 미풍으로 바뀌었다.
봄처녀가 단장을 하듯,
꽃향수를 뿌린 듯
향긋한 봄내음이 콧속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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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엔 새싹이 돋아나고
봄꽃들도 소리 없이 하나둘 피어난다.
겨울 동안 날아다니던 텃새와 철새는
자취를 감추었고,
이제는 강남에서 돌아온 여름 철새들과
나비들이 분주히 날갯짓을 한다.
>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 봄 하늘을 올려다보니
> 시구가 절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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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중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날,
춘분과 추분.
춘분을 생각하다 보니
문득 작년의 기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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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춘분은
3월 셋째 주 일요일이었고
그날은 마침 시장도 휴무였다.
아침 운동을 마치고 체육관을 나서는데
친구가 말했다.
“이렇게 화사한 봄날,
방안에만 있지 말고 나들이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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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은
마치 금가루를 뿌리듯 쏟아져 내렸다.
그 햇살은 나를 감싸 안고는
산으로, 들로 나가자고 유혹했다.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고
파릇한 산이 그리워졌다.
그래서
나는 선뜻 “그러자”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와
봄나들이 준비를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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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글 속 ‘춘분’은
단순한 절기를 넘어서 계절을 여는 마음의 문턱처럼 느껴진다.
파릇한 새싹, 나비, 미풍, 금빛 햇살—
이 모든 자연의 징후들이
우리 안에 생기를 불어넣는 봄의 언어가 되어 있다.
한 해 한 해, 반복되는 계절이지만
아버지의 글은 매년 봄이 새롭게 찾아오는 기적처럼 느껴진다.
그날의 햇살도, 나들이를 권하던 친구의 말도,
모두가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