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겨울의 문장들 2
“삭풍, 겨울바람이 부는 날”
삭풍이 나뭇가지 끝에서
춤을 추듯 노닌다.
“윙윙”
울음소리가 듣기 좋았는지
가지 사이를 넘나들며 한참을 그러다가
바람은 간다.
바람이 떠난 가지 위로
멧새 한 마리가 날아든다.
무슨 일인가 궁금한 듯
꽁지를 깝쭉거리며 울다가 간다.
재수가 좋은 날은
눈꽃을 가지가 휘늘어질 만큼 피워
멋을 부리지만,
오늘처럼 재수 없는 날엔
울보가 되기도 한다.
겨울이 무르익어 가듯
가을에 담근 김치도
지금쯤은 잘 익었겠지?
이렇게 추운 날,
익은 김치 꺼내
만둣국 끓여 술 한잔 곁들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인데—
어디서 불이 났는지
불자동차가 미친 듯
아가리질을 해대며
자동차 경주 하듯 쏜살같이 달려간다.
오늘처럼 추운 날
불이 났다니,
그 고통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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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바람도, 멧새도, 김치도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다.
겨울바람이 가지 끝에서 우는 것도,
따뜻한 만둣국 한 그릇이 주는 위로도
그저 ‘겨울’이 아닌
삶의 한 장면이었다.
삶은 그런 것 같다.
바람이 지나가도
김치 하나, 국 한 그릇에
다시 따뜻해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