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문장들 2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__

겨울의 문장들 2


“삭풍, 겨울바람이 부는 날”


삭풍이 나뭇가지 끝에서

춤을 추듯 노닌다.


“윙윙”

울음소리가 듣기 좋았는지

가지 사이를 넘나들며 한참을 그러다가

바람은 간다.


바람이 떠난 가지 위로

멧새 한 마리가 날아든다.

무슨 일인가 궁금한 듯

꽁지를 깝쭉거리며 울다가 간다.


재수가 좋은 날은

눈꽃을 가지가 휘늘어질 만큼 피워

멋을 부리지만,

오늘처럼 재수 없는 날엔

울보가 되기도 한다.


겨울이 무르익어 가듯

가을에 담근 김치도

지금쯤은 잘 익었겠지?


이렇게 추운 날,

익은 김치 꺼내

만둣국 끓여 술 한잔 곁들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인데—


어디서 불이 났는지

불자동차가 미친 듯

아가리질을 해대며

자동차 경주 하듯 쏜살같이 달려간다.


오늘처럼 추운 날

불이 났다니,

그 고통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________________

아버지는 바람도, 멧새도, 김치도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다.

겨울바람이 가지 끝에서 우는 것도,

따뜻한 만둣국 한 그릇이 주는 위로도

그저 ‘겨울’이 아닌

삶의 한 장면이었다.


삶은 그런 것 같다.

바람이 지나가도

김치 하나, 국 한 그릇에

다시 따뜻해질 수 있으니까.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19화겨울의 문장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