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___

”아지랑이와 살구꽃 마을“


봄의 전령사인 아지랑이가

남녘에 봄소식을 한 수레 가득 싣고는

아롱아롱 우리 마을을 찾아와

봄을 풀어놓고,

하늘에는 한 조각 흰 구름이 두둥실 떠서

구름 가득 꽃 향기를 싣고는

유유자적 북녘을 향해서 흘러가는

화사한 어느 봄날!

들녘에는 어느새

파릇파릇 달래, 냉이, 씀바귀, 쑥부쟁이가

섬섬옥수 같은 처녀들의 손을 기다리듯

윙크를 하자,

마을 처녀들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나물바구니를 옆에 끼고 들로 나선다.

유독 살구나무가 많았던 우리 마을,

벚꽃이나 복사꽃보다 한 주일 앞서

연분홍 꽃을 피우는 살구꽃이

꽃 대궐을 만들어 놓을 듯 흐드러지게 피어나자,

벌과 나비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걸신이 들린 듯 허겁지겁 꿀을 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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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글 속 봄은

단순히 피어나는 꽃의 계절이 아니라,

살아 있는 마을의 숨결이었다.

아지랑이, 나물 캐는 손길,

살구꽃과 그 주위를 맴도는 벌과 나비들까지—

모든 생명이 설레며 깨어나는 시간.

아버지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봄이 단지 풍경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 피어나는 생명의 기쁨이란 걸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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