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_
”눈꽃, 겨울을 기다리며 “
겨울의 한복판인 동지가 지나고
소한이 코앞으로 다가섰는데도,
금년은 어찌 된 일인지 눈은 내리지 않고
연일 매서운 강추위만 기승을 부려댄다.
겨울의 멋은 눈꽃인데
눈이 내리지 않으니
강추위가 더욱 춥게만 느껴진다.
눈을 기다리느라고
길게 늘어진 모가지를 빼들고는
학수고대 눈이 오기만을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함박눈이
봄바람에 복사꽃잎이 날리듯
나풀나풀 춤을 추며 펑펑 쏟아져
하룻밤 사이에 온 세상천지가
시집가는 새색시인 양
얼 하나 없는 새하얀 면사포를 뒤집어쓴 듯 내렸다.
눈이 내리자
찬바람에 오들오들 떨고 있던 나무들도
솜이불을 뒤집어쓴 듯
흐드러지게 눈꽃을 피워
시집가는 새색시를 축복해 주듯
멋스럽게 서 있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옥에 티라면,
동장군이 설한풍을 앞세우고
제철을 만난 듯 네활개를 펴고 기지개를 켜더니,
매운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어머니인 양 맹위를 떨치는 바람에
눈꽃 같은 새색시가 시집살이가 힘겨워
대성통곡을 하며 울어대는 문풍지처럼
파르르 떨고 있다.
이런 날은
따뜻한 아랫목에서 추위를 몰아내는
만둣국이 제격이 아닌가?
아마도 그래서 설날이면
떡국으로 조상님들께 차례를 지내고
만둣국을 먹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만둣국을 생각하니
갑자기 만둣국 생각이 굴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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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겨울은,
기다림 끝에 피어나는 눈꽃의 기쁨과
추위 속 따뜻한 그리움이 함께 어우러진 시간이었다.
새색시처럼 피어난 눈꽃,
시집살이하는 듯 파르르 떨리는 문풍지—
아버지의 비유는 겨울 풍경에
웃음과 애틋함을 동시에 담아낸다.
눈 오는 날 따뜻한 아랫목과 만둣국을 그리워하는 마음까지,
아버지의 글은 겨울을 참 따뜻하게 기억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