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문장들 1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 먹구름 부부의 대판 싸움 "


티 없이 맑은 하늘에 갑자기 한두 조각 먹장구름이 몰려와서 하늘에 도배를 한다.
끝없이 넓은 하늘을 언제 도배를 다 할까 한심하게 생각했는데
기술자 부부가 도배를 하는지 넓은 하늘에 금세 도배가 끝이 났다.


해가 지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땅거미가 진 듯 사방이 어둑어둑 어두워져 온다.
도배를 끝낸 하늘에서는 갑자기 부부싸움이라도 벌이는지 "우르릉! 쾅!쾅!"
하늘을 쪼갤 듯 용천발광을 떨어댄다.


먹구름 남편이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다가 들통이 났는지
살림살이를 집어 던지면서 대판 싸움을 하는 모양이다.


넓은 하늘을 금세 도배를 끝냈으니
돈냥께나 벌어서 살림살이를 꽤나 많이 장만했는지
계속해서 살림살이를 집어 던지면서 "우당탕" 거리며 싸운다.


그동안 참고 참아온 부인은 이판사판 이혼이라도 결심했는지
악을 쓰면서 끝장을 보자고 하는지
한 번 붙은 싸움은 좀체 가라앉지를 않고 더욱더 격해진다.
갑자기 하늘에서 "우르릉! 쾅!" 하더니 번쩍 섬광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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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늘 날씨 흐리다’라고만 생각했던 날들이 부끄러워진다.
아버지는 이 짧은 여름 소나기의 풍경을 마치 인간극장처럼,

그것도 리얼리즘 풍자극처럼 풀어내셨다.


비가 오는 것이 아니라,

“먹구름 남편이 바람을 피우다 들통 난 사건”이 벌어졌고,
천둥과 번개는 “살림살이를 던지며 대판 싸우는 소리”였다니.

그 비유에 웃음이 터지면서도,
자연의 움직임 하나에도 이야기를 읽어내는

그 관찰력과 감수성에 나는 자주 멈춰 선다.


이 글은 날씨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사람 사는 이야기다.
참아오다 한순간 터지는 감정,

쌓이고 쌓인 말들, 그리고 그 안의 인간적인 모습들.

어쩌면 우리는 하늘을 너무 기능적으로만 봐왔는지 모른다.


날씨 앱보다 더 정확하게, 하늘이 무슨 말을 걸고 있었는지를
아버지는 문장으로 먼저 알아채고, 우리에게 보여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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