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문장들 8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__

“경칩 무렵의 풍경“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가 지나간 지도 열흘이 넘었다.

이제 곧 개구리 입이 열린다는 경칩도 코앞이다.

그런데도 추위는 물러날 줄 모르고, 장롱 속에 있어야 할 겨울 점퍼가

여전히 애첩처럼 몸에 붙어 있다.


그래도 냇가에 파릇파릇 새순이 돋고, 수양버들이 춤추듯 하늘거리는 걸 보면

미련한 동장군도 곧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을 날이 머지않았다.


경칩이 오면, 농부들은 농한기를 끝내고 본격적인 농사 준비를 시작한다.

논과 밭두렁에 쥐불을 놓으며 벌레를 태우는 것도 그중 하나였지만,

옛 어른들은 경칩 이후엔 쥐불도 놓지 말라고 했다.

갓 깨어난 미물들과 새싹의 삶을 해치지 말라는 조상의 뜻이 거기에 담겨 있다.


경칩이 오면, 옛날에는 엇부루기 소 길들이는 풍경이 동네를 가득 채웠다.

소 목에 멍에를 씌우고 바윗덩이를 매단 채 골목길을 오가던 농부들과 소,

그 모습은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그 시절 소는 신 같은 존재였다.

가족처럼 한 지붕 아래서 대접을 받으며, 목숨이 다할 때까지 농사를 함께 짓던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농기계가 소를 대신했고, 농촌 풍경도 “상전벽해”처럼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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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이란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게 된다.

“이제 정말 봄인가?” 하고.

아버지의 글에서도 그러한 ‘변화의 징후’를 포착하는 섬세한 눈이 느껴져서

내 마음도 살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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