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땅벌이 날아든 여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꿀벌은 식물의 꽃에서 꿀을 채취해서 먹고사는
꿀벌과의 곤충이다.
우리나라에는 서양종 꿀벌과 재래종 꿀벌,
두 종류가 서식한다.
그 외에도 벌의 종류는 실로 다양하다.
가장 큰 장수말벌을 비롯해,
말벌, 좀말벌, 검정말벌, 황말벌, 털보말벌, 땅벌…
그러나 지금은 멸종된 듯
보기 힘든 ‘노란 땅벌(땡벌)’이
우리 어린 시절에는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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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길가 땅속에다 집을 짓고는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목마다
벌침을 들이대고, 깨물고,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시절, 진흙은 귀했다.
집을 고치고, 마당을 다지려면
어정칠월이면 온 마을이 진흙을 파러 들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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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땅벌이 집을 지어 놓은 그 진흙 구덩이.
가다가 잘못 건드리면
벌떼가 떼 지어 쏘아대어
삼십육계 줄행랑은 기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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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한 분은 땡벌에 실신해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었다.
진흙보다 벌이 더 무서웠던 시절,
그 여름을 나는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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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을 단순한 곤충으로만 보지 않으셨던 아버지.
‘땅벌이 날아든 진흙 구덩이’ 한 장면에도
당시의 삶, 환경, 위험, 공동체의 풍경까지
모두 함께 담아내셨다.
요즘엔 보기 힘든 땡벌.
하지만 아버지의 글에서는
그 벌들도 우리 곁에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