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_보리밭을 떠오르며
시골의 문장들___
“보리밭을 떠오르며”
늦가을에 파종한 보리가
가위 같은 이파리로 겨울을 맞이한다.
소한의 추위 속에서도
눈 이불을 덮고 꽁꽁 언 땅 속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지만,
보리는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
지조 있는 선비처럼
올곧은 마음으로
머지않은 봄날을 기다리며
청운에 푸른 꿈을 키우고 있다.
보리는 볏과의 두해살이식물이다.
10월에 심고, 다음 해 5월에 거두니
벼와 생육일 수는 비슷하지만
보리는 영하 20도 속에서도 견딘다.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이지만
보리는 익어도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그래서 보리는 지조 있는 선비라 불릴 만하다.
벼는 황금 들녘을 떠올리게 하지만
보리밭은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닮았다.
보리밭을 바라보노라면
삭막한 겨울 가슴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봄바람에 춤을 추는 보리밭 사이로
종달새는 머리 위를 맴돌며
해맑은 노래를 부른다.
보리밭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보리밭"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면
한동안 잊고 지냈던
보리밭에 얽힌 수많은 사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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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보리는
그저 한 줌의 곡식이 아니었다.
겨울을 이겨내는 푸른 마음,
고개를 숙이지 않는 인생의 자세,
그리고
봄을 기다리는 고요한 생명이었다.
그래서일까.
보리밭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설레는 건
그 속에 아버지의 철학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