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__
”겨울비 내리는 대설“
오늘이 벌써 동짓달 열이틀이다.
어느새 24절 후 중 스물한 번째 절후인
폭설이 내린다는 대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절후는 분명 대설이건만
밖에는 철정은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강원도에는 대설 주의보가 내려
눈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는데,
강원도와 이마를 맞대고 있는 내 고향 충청도는
아직 눈은 선만 보였을 뿐
눈다운 눈은 내리지 않고 있다.
겨울의 멋은 뭐니 뭐니 해도
나뭇가지 위에 핀 눈꽃이거늘......
겨울은 왔어도 눈은 내리지 않고
떨거지 같은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이 또한 기상이변으로
우리나라가 아열대로 간다는 전령사는 아닐까?
겨울 김장이 끝난 시골 굴뚝에서는
이른 아침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머리를 풀어헤치고는 하느님께 눈을
부탁하러 가는지
하늘 높이 올라가고,
굴뚝새는 굴뚝 주위를 맴돌면서
겨울이 왔음을 알린다.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초겨울 시골의 전경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참으로 아름답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겨울은,
단지 날씨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져 가는 풍경 속에서 마음을 지키는 이야기였다
눈을 기다리며 올려다보던 하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따스한 밥 짓는 연기,
굴뚝새의 작은 움직임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조용하고도
소중한 장면으로 남는다.
겨울비 내리는 대설,
아버지는 그 속에서도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보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