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 한 해의 끝자락, 달력을 바라보며 “
새 월력이
마치 열두 마리 새끼 돼지처럼
위풍당당히 벽에 걸렸는데,
어느새 세월의 풍상으로
열 명의 동료를 잃고는
인고의 먼지를 흠뻑 뒤집어쓴 채
달랑 두 장만이 남아
피곤한 모습으로 외롭게 걸려있다.
이제 며칠 후면
나머지 한 장마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나면,
덜렁 한 장만이 남아
외롭고 쓸쓸하게
연말을 어이 보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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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달력은
단순히 날짜를 세는 도구가 아니라,
한 해를 견뎌온 시간의 흔적이었다.
거창하게 시작했던 열두 달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겨우 한 장만 남았을 때,
아버지는 그 쓸쓸함조차
조용히, 담담하게 바라보셨다.
나도 이제,
남아 있는 시간들을 더 따뜻하게 껴안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