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_
”눈, 세상을 덮는 하얀 춤“
눈!
수증기가 얼어서 내리는 것이 눈이 아닌가?
얼지 않고 내리면 비가 되고,
모여서 내리면 장대비고,
얼어서 내리면 눈이 되고,
뭉쳐서 내리면 우박이 된다.
자연은 도깨비방망이인가?
참으로 신기한 재주를 지녔다.
너풀너풀 춤추며 내리기 시작하던 눈이
금세 함박눈으로 변해서
펑펑 마구 쏟아지자,
온 세상천지가
금세 솜이불을 덮은 듯 하얗게 변해간다.
산에도, 들에도, 지붕에도,
장독대에도, 살구나무 가지에도,
빨랫줄에도, 국화꽃송이에도—
어느 한 곳 가리지 않고
골고루 내려서 눈꽃이 피어난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도
눈은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펑펑 마구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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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눈은,
단순히 겨울 풍경이 아니라
자연이 보여주는 가장 순수한 기적이었다.
춤추듯 내려와 세상을 덮고,
밤이 되어도 쉬지 않고 내리는 눈 속에서,
아버지는 늘
세상과 자연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아이 같은 마음을 지니고 계셨다.
그래서 아버지의 문장은 언제나
따뜻한 하얀 숨결처럼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