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_
“고요한 산사, 떨어진 은행잎“
스님도 계시지 않는 사찰을 향해서
우리도 오솔길 같은 산길을 부지런히 걸었다.
높은 산이라 그런지 울창한 숲은 해를 가리고,
이름 모를 산새들만이 우리를 반기는 듯 조잘거린다
저 멀리 산 중턱 양지바른 곳에
멋스럽게 서 있는 산사가 보이는데,
산사 앞에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눈 속으로 들어온다
빤히 건너다 보이는 것 같은데도
한참을 걸어서 드디어 산사 앞에 다다랐다.
스님도 계시지 않는 빈 사찰이지만
웅장한 것이 꽤 큰 사찰인데,
사람은 없고 네 귀퉁이에 매달린 풍경 소리만이
은은하게 귓속을 파고든다.
산사 앞에는 몇백 년은 족히 묵었음직한
커다란 은행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데,
잎과 열매는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들만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은행나무 밑에는 노란 은행이
바닥을 누렇게 물들이며 떨어져 있는데,
세월의 허무함을 말해주는 듯 보인다.
땅바닥에 떨어진 은행을 보니
몽땅 주우면 두어 가마니도 넘게 주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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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글 속 산사는,
단순히 사람이 없는 빈터가 아니라
시간과 고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다.
떨어진 은행, 바닥을 물들인 노란 세월,
그리고 은은한 풍경 소리—
모든 것이 조용히 흐르는 시간의 의미를 말해준다.
바람 한 점, 빛 한 줄기까지
아버지의 시선 속에서는
소중한 삶의 조각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