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__

입동, 초겨울과 김장 준비

서늘한 북풍이

고슴도치 등에 가시를 세우듯 선득선득 불어오니,

계절은 벌써 초겨울이로구나.

달 밝은 초겨울 밤에 기러기가 날아드니,

한여름 눈이 시리도록 푸르름을 자랑하던 나뭇잎들은

울긋불긋 고운 때때옷으로 갈아입고

가을 축제라도 벌리듯 춤추고 노래하며

한껏 가을을 만끽하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입동이 다가서자,

나무들은 초야를 치르는 새색시처럼

때때옷을 홀라당 벗어버리고

알몸둥이를 훤히 드러낸 채

초겨울 바람에 오들오들 떨고 있다.

입동이 다가섰으니 김장 담그는 계절이 돌아왔다.

채소전에는 김장을 담그는 배추와,

깍두기와 동치미를 담그는 무,

총각김치를 담그는 총각무가

춥기 전에 어서 빨리 김장을 담그라고

시집가는 새색시처럼 곱게 단장하고 돌담 울 쌓이듯 쌓여 있고,

그 옆으로는 굵은 대파, 생강, 마늘, 쪽파, 갓이

장기판에 졸처럼 줄지어 늘어서서 구색을 맞추고 있다.

새우젓 가게에는 먹음직스러운 육젓이

제철을 만난 듯 불티나게 팔리고,

고추방앗간에는 고추를 빻느라고

방앗간에 참새떼처럼 아낙네들이 몰려

줄지어 늘어서 있다.

어디 그뿐인가?

소금가게에도 소금이 불티나게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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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초겨울은,

단순히 추위가 시작되는 계절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분주히 살아나는 시간이었다.

춤추던 나뭇잎,

김장을 준비하는 채소와 사람들,

활기찬 시장의 소리까지—

모든 것이 계절을 받아들이는 따뜻한 손짓처럼 느껴진다.

아버지의 문장을 읽으면,

겨울이 오는 길목마저 생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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