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별빛 아래, 허겁지겁 날아가는 기러기들 “
해가 지고 나니 초승이라 달은 없고
초롱초롱 별들만이 외롭게 떠서 반짝거리는데,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결은
따뜻한 낮과는 달리 옷깃을 여미도록
차갑게 느껴진다.
갑자기 "끼륵끼륵"
기러기 소리가 귓속을 파고든다.
달도 없는 깜깜한 이 한밤에
뭐 그리 급한 일이 있다고
쉬지도 않고 저리들 날아가는가?
혹시나 북쪽에서 날아오다
못 먹어 허기진 북한 괴뢰군들이
기러기를 잡아 허기를 달래려고
무작정 쏜 총소리에 놀라서
밤에도 도망치듯 허둥지둥 날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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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별빛 밤은,
단순히 고요한 겨울밤이 아니라
허기와 두려움이 스며 있는 기억의 밤이었다.
달 없는 하늘, 차가운 별빛,
그리고 허겁지겁 날아가는 기러기들—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아픔과 시대의 흔적이 조용히 묻어나 있었다.
아버지의 문장은 늘,
겉으로는 소박하지만
마음 깊은 곳까지 묵직하게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