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_
”제천의 가을, 그리고 내소사의 시간“
봄은 남녘에서 올라오고
가을은 북녘에서 내려온다고 하더니,
제천은 가을걷이가 거의 다 끝나가고
산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고
들녘은 아직도 꾀꼬리 같은 벼들이 춤추듯
황금물결을 넘실거리고 있다.
길 옆으로는 갸녀린 여인의 고운 자태인양
청초한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관광을 온 우리를 반겨 맞아주고,
감나무는 잎은 몽땅 떨어지고
노란 홍시만이 가지가 찢어지도록 매달려
달콤한 가을 정취를 토해내고 있다.
내소사(來蘇寺)
내소사는 백제 무왕(633)이 창건했다고 전해온다.
혜구 두타 스님이 이곳에 두 개의 절을 세웠는데,
큰 절은 "대 소래사", 작은 절은 "소소래사"라 불렀다.
큰 절은 불에 타서 소실되고,
지금 남아 있는 것이 소소래사, 즉 내소사다.
내소사 경내로 들어서니
독야청청 늘 푸르름을 자랑하는
터널 같은 전나무 숲길이
하늘을 찌를 듯 장엄하게 솟아 우리를 반긴다.
1km에 달하는 전나무 숲길을 걸어가자
드디어 웅장한 내소사 대웅전이 눈 속으로 들어온다.
대웅전의 모습을 보는 순간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대웅전의 아름다움은 마치 불교 예술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대웅전 천정에는 천상의 악기들이
선과 색의 조화로움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데,
그 아름다움은 사람이 그린 것 같지가 않고
신이 그린 듯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새와 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천상의 음률을 즐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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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가을은,
단순한 계절의 풍경이 아니라
삶과 시간과 신성함이 어우러진 깊은 경배였다.
꾀꼬리 같은 벼, 청초한 코스모스, 가지마다 매달린 홍시—
모든 자연은 그 자체로 찬란한 축제였고,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과 대웅전은
인간이 자연과 맞닿는 가장 고요한 방식이었다.
아버지 글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의 소란이 사라지고,
마음 깊은 곳에 다정하고 조용한 존경심이 피어난다.